[아하! 뉴스확대경] 신용등급 오르면 해외자금유입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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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타결되면서 국가신용등급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국제신용평가기관 중의 하나인 피치사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이행이 있어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그럼 과연 국가신용등급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고 그 영향은 무엇인가 살펴보자.
국가신용등급은 어떤 국가의 정부가 상환해야 할 대내외 채무를 계약한 대로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판정해서 등급으로 표시하는 것이다.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각 나라들의 정치적 위험과 경제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등급을 결정한다.
정부가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가를 판정하기 위해 정치적 요인을 평가하고,대외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경제적 요인을 평가한다.S&P는 정치적 위험,소득 및 경제구조,경제성장 전망,재정의 유연성,공공부채 부담,물가안정 수준,국제수지 구조,대외부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알파벳으로 표시하는데 S&P는 최고 AAA에서 D등급까지 21단계로 국가신용등급을 표기하고 있고 무디스는 Aaa에서 C 까지 21단계로 나타낸다.각 등급 내에서도 신용도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S&P와 피치는 +,- 부호,무디스는 1,2,3의 부호를 첨가한다.
S&P를 기준으로 하면 AAA부터 BBB-까지가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되고,BB+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 AA-였던 국가신용등급이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B+의 투기등급으로 추락한 경험이 있다.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은 다시 상승해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S&P와 피치가 A,무디스가 A3를 부여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용등급 전망을 발표한다.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긍정적(positive),당분간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안정적(stable),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부정적(negativ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따라서 개별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표현이 있으면 보통 1~2년 안에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신용등급이 중요한 것은 한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또한 국가신용등급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따라서 극히 일부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신용등급이 좋지 못하면 국제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렵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국가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국가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다.국가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의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관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국가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에 비해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특히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국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면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할 경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국가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는 기준이 되는 국제금리에 위험도에 따라 결정되는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국가신용등급의 상승은 국가의 위험도가 낮아졌음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가산금리가 낮아져 외화차입비용이 줄게 된다.
또한 국가신용등급 상승은 해외자금 유입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기업들의 해외 증권발행이 원활해지고 해외 기업의 직접투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국가위험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의 주식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대외채무부담 능력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개선되고 금융건전성이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미뤄왔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승의 걸림돌로 북핵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을 지적해왔다.
이는 북핵문제로 인한 전쟁 가능성 또는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로 인한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을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잠재적인 위험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이러한 기존 입장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타결은 국가신용등급 상승의 청신호인 것은 분명하다.다만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가정이 현재 신용등급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진보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가신용등급은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상향조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외환위기 경험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좀더 보수적인 평가기준을 적용 받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북핵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우리의 경제 성과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앞당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한득 연구위원 hdlee@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