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 발굴 '삼성전자형'이냐 'M&C호텔형' 이냐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드느냐, 기존 기획·혁신부서에서 실행하느냐' 블루오션전략에 매료돼 '1차 학습'을 마친 국내 기업·조직들의 고민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전사적인 실행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다. 대부분 기업들은 우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성과가 나오는 대로 조직 신설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블루오션전략의 공동창시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은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나는 새 시장을 찾는 '가치혁신'에 집중하는 '삼성전자형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가치혁신뿐 아니라 조직문화 혁신에도 역점을 두는 '밀레니엄앤드콥슨호텔(M&C) 그룹형 모델'이다. 삼성전자 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 모델은 가치혁신론을 적용해 미래의 성장엔진을 찾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회사 내부에 설립해 사내의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관료문화에 부딪쳐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M&C그룹이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 설립할 예정인 블루오션 밀레니엄 연구소(BOMI:Blue Ocean Millennium Institute) 모델은 '가치혁신론'과 함께 '급소경영리더십' '공정한 절차' 등을 적용해 미래전략 수립뿐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혁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회사 밖에 위치해 관료주의의 제약을 받지 않고 외부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내의 협조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블루오션 전략 도입 초기 단계인 국내 기업들은 별도로 독립된 전담기구를 두지 않고 태스크포스 형태의 조직으로 블루오션 전략의 실행에 나서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외에 적극적인 도입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은 지난달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LG전자,신한금융그룹이다. LG전자의 경우 각 사업본부 내의 기존 혁신조직을 중심으로 블루오션 체계 구축을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다. 정보통신사업본부는 '가치혁신(VI) TDR(Tear Down & Redesign)'라는 태스크포스를 구성,블루오션 시장 개척 및 제품 개발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 미래전략(FSB) 연구소에 '블루오션 전략 전담팀'을 구성하고 각종 교육과 임원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블루오션 물결을 전 은행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전담팀을 이끄는 장래혁 과장은 "블루오션 전략 도입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조직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신상품의 컨셉트를 도출하기 위한 협업팀(CFT)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시자들은 이 가운데 어떤 방식을 선호할까.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는 지난달 신한금융그룹 특강에서 60여 차례의 기업 컨설팅 경험을 예로 들며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M&C그룹이 추진 중인 BOMI 형태라고 조언했다. 조직이 새로운 전략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만 가치혁신 전략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 유럽 금융회사의 경우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가치혁신의 처방이 제대로 효력을 나타내기도 했다. 두 교수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15년간 200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조직의 급소를 알면 이 기간을 몇 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며 "전략론에 이 같은 인간경영을 결합시켜야만 새로운 전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담조직에 관한 두 가지 모델이 있지만 모두 '여력이 있는' 초대형 기업이 채택한 모델이라 중소기업들이 바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CEO가 직접 챙기거나 기획·혁신 부서의 직원이 다른 업무를 하면서 블루오션을 담당하고 있다. 혁신전문가들은 새 부서 설립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기존 부서가 블루오션을 맡되 새 시장 찾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동시에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