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현미 의원, '금감원 삼성 편들기' 주장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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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지난 7월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를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삼성 편들기'라는 주장이 현역 여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여당의원은 특히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를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문제를 제기한 헤르메스에 괘씸죄를 적용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미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사건은 삼성의 지배구조를 조직적으로 보호해주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제기하는 헤르메스에 괘씸죄를 적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헤르메스가 제출한 인터뷰 녹취록을 보면 인수·합병(M&A) 유포자는 작년 10월 한 경영포럼에서 '현존하는 경영권 위협' 등을 운운한 삼성물산 K상무"라며 "삼성물산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헤르메스를 적대적 M&A 세력으로 간주했고 금융당국이 발벗고 나서 이를 해결해줬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금융당국이 '삼성 봐주기'를 넘어 삼성을 조직적으로 비호했다는 것이다.
헤르메스 주가조작은 헤르메스의 한국담당 펀드매니저가 작년 12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거론하고 주가가 오르자 곧바로 보유주식 777만2000주(지분율 5.0%) 전량을 매각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영국 현지 조사와 주식매매내역 조사를 통해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매각으로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냈으며 이가운데 80억원가량을 부당이익으로 챙겼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금융감독원 내부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 "어이가 없다"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헤르메스가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검찰고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며 "아무 증거도 없이 검찰에 고발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삼성을 봐주기 위해 헤르메스에 죄를 덮어씌운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실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을 거론하며 인터뷰를 한뒤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한 점과,헤르메스의 한국담당 펀드매니저가 현지에서 모 증권사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주가조작 혐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즘 국정감사에서 '삼성 때리기'가 최대 이슈가 되다보니 이런 황당한 일도 생기는 것 같다"며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주가를 조작했더라도 이런 말이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며 "헤르메스측이 죄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망신을 당한 꼴" 이라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