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경부가 대기업 호위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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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晩 雨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의 '삼성 봐주기'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내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금감위 공정위 등 '삼성 공격조' 중에서 재경부와 금감위는 때리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25%가 금산법의 5% 보유한도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금산법 제정 당시부터 보유해 왔던 주식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일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은 강제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경부는 5%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제한 장치는 마련하되 소급입법을 통한 처분명령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사무관이나 서기관들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공직에 종사할 입장에서 추후 발생될 법적 책임문제를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수장인 대통령이 물러나기가 무섭게 동네북이 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지켜본 공무원들로서는 짧은 정권을 믿고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을 터이다.
공무원들이 거액의 연봉에 홀려 삼성으로 옮겨간다는 가설의 정반대 케이스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도 취임 초기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았다.
진 장관은 당시 주당 29만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을 스톡옵션을 포함해 7만9000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하나은행에 백지위임한 상태였는데 시민단체의 계속되는 처분압박 시위에도 불구하고 참고 넘겼다.
그 결과 2년반 만에 삼성전자 주식은 2배 이상 뛰었고 만약 정부가 강제처분조치를 내렸다면 그간 발생된 차익만으로도 25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 대상이 됐을 것이다.
처분명령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2.25%는 시가총액으로 따져 2조원이나 되는 거대한 금액이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에서 발생되는 이익은 모두 삼성생명 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금감원의 생보사 회계규정 개정에 따라 보험에 가입한 유배당계약자의 이익청구권이 대폭 증가된 것이다.
지난해 결산서상으로 보면 투자유가증권에서 발생되는 이익은 주주와 보험계약자가 절반씩 나누는 것으로 돼 있다.
소급입법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처분명령을 내렸다가 시중의 예측처럼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대로 올라선다면 삼성생명 보험계약자들이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수조원에 이르는 배상책임을 누가 감당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재경부 공무원의 삼성 감싸기에 대해 내사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감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균형감각을 가지려면 그간 타이거펀드 소버린 등 거액의 단기투기차익을 챙겨 튄 헤지펀드들과 손잡고 삼성과 SK를 흔들었던 시민단체는 이들 펀드와 어떤 유착관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삼성 때리기와 헤지펀드 감싸기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서 한 여당 의원은 헤르메스를 삼성물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수호천사라고 하면서, 금감원이 삼성 대주주 보호를 위해 헤르메스에 대해 부당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기막힌 주장을 내놓았다.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주가조작 외에도 보유주식을 무기로 삼성물산과 SK㈜에 우선주 매입소각 압력을 가한 사실도 있다.
청와대는 삼성때리기가 결국 외국계펀드에 대박을 헌납하는 우둔한 정책이 아닌지도 조사해야 한다.
정부 여당 시민단체가 모두 삼성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인 삼성이 거대한 자금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헤지펀드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해 가면서 어떻게 국제경쟁을 헤쳐 나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