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류'러브 스토리' 만으론 한계

이장우 한류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노력이 정책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한류 경쟁력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류의 물꼬를 튼 드라마의 경우 몇몇 스타에만 의존하는 러브스토리 일색이고 줄거리와 전개방식,그리고 배경음악까지도 그게 그거라는 현지의 비판도 많다. 또한 한햇동안 미니시리즈만 50편이 제작되는 양산경쟁으로 질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일선 제작자들은 일본과 중국의 추격을 걱정한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콘텐츠 제작능력을 갖고 있는 일본이나 엄청난 수요기반이 있는 중국의 추격에 맞서 과연 현재의 경쟁우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 우선 드라마 산업을 대상으로 지금까지의 성공요인을 찾아보면,우호적 수요기반과 방송3사의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일등공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자신의 삶 자체인 양 열광하고,방송 3사는 맹렬한 시청률 경쟁 속에 우수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기에 우수한 스토리를 창작해내는 작가들과 이를 실제 드라마로 감칠맛 나게 표현해 내는 연출가들,매력 있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기자들이 가세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경험을 쌓아 온 영화산업과 음악산업은 한국 드라마의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열광과 방송사들 간 치열한 경쟁은 이제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우리 드라마 산업의 강점은 이미 국제적으로 노출돼 있다. 따라서 기존의 성공요인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장기적 관점에서 콘텐츠 생산요소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우호적 수요기반에 피동적으로 안주하기 보다는 우수한 생산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이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점점 단일화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앞으로 콘텐츠는 아시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 때 성공을 리드하는 작가들이 어디에서 배출되고 연기자와 연출가들이 어느 곳에서 나오는가 하는 것은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수한 스토리가 나오도록 국제적 창작기반을 만들고 연출자 작가 연기자들의 육성을 위한 국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들이 준비돼야 한다. 둘째,자본도 중요한 생산요소이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 특유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투자재원이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영화의 경우 전문펀드가 마련되기 시작했으나, 드라마나 공연 등 기타 장르에 전문화된 자본들은 아직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셋째,기업전략과 경쟁구조가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드라마의 경우 지금까지 방송3사의 독과점적 구조가 제작 경험과 능력을 안정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기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향후 수준 높은 콘텐츠의 양산을 위해 전문 분업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선진국과 같이 방송사는 편성 및 송출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독립 프로덕션이 제작을 전담하는 분업체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넷째,연관 산업들이 동반 성장하기 위한 정책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드라마 산업의 경우 제작 측면에서 영화나 음악과 같은 관련 분야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판매 및 유통 측면에서 인터넷 산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특정 산업만의 육성정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에 관한 정책적 비전과 실천대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문화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