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남단 '베벌리힐스' 정보 사전유출 의혹 ‥ "도면까지 나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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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가 판교신도시 남단에 30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의 개발 계획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일대에 작년부터 개발 도면이 나도는 가운데 투기 세력이 집중 유입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개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대장동 일대가 이미 투기장으로 변질된 만큼 택지지구 지정에 앞서 투기실태 전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개발도면까지 나돌아
대장동 일대에선 작년부터 고급 주거단지 조성 내용을 담은 개발 도면까지 나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K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대장지구를 30만평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구체적인 정보와 신빙성 있는 개발도면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이후 대장동에 신축된 13평짜리 빌라 가격이 갑자기 2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봄부터는 주공이 성남시와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퍼졌고 매수세도 붙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대장동 일대에는 지난 여름부터 주민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토지수용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면서 "주민 공람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이 수용을 반대하고 나온 것은 개발 계획이 이미 다 알려졌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대장동 좋은터공인 관계자는 "대장지구 개발 계획이 언론에 발표된 후에는 1~2개 나와 있던 매물마저 회수돼 버렸다"면서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사전유출 조사 촉구
시민단체들은 성남 대장지구의 개발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전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30일 성명을 통해 "대장동 지역에 사전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발도면이 나돌고 있으며 보상을 노린 날림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면서 "개발정보 사전 누출과 건축허가 과정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도로나 상·하수도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 빌라가 대거 신축됐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히 농지와 임야가 대부분인 곳에 전원주택도 아닌 연립주택이 200여가구에 달하며 부동산업자들이 한꺼번에 유입됐다는 것은 개발정보 사전 유출의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등 9개 시민·환경단체는 "대장동은 판교신도시와 맞붙어 있는 지역으로 이곳의 개발은 판교 북쪽에 추진되고 있는 11만평 규모 자동차 물류 종합유통단지와 더불어 판교신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의미한다"면서 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당초 부인했던 건교부,개발가능성 시사
주공이 대장지구 개발 계획을 밝힌 후 '모르쇠'로 일관했던 건설교통부는 이날 "추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건교부 강팔문 주거복지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현재로선 성남 대장지구의 개발 계획이 없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 주택 공급이 필요한지를 검토,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해 사업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