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19' 70년

화재 등 재난은 말할 것도 없이 현관문이 안 열리고 사소한 가정불화가 일어나도 긴급사고 전화번호인 '119'를 누른다. 산악사고나 물놀이사고,야생동물이 출현해도 119에 도움을 요청한다. 전화안내번호인 '114'와 함께 119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친근한 '구원의 숫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 같은 119방식의 세자리 응급전화가 등장한 곳은 영국으로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999'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911'인데,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주둔하던 미군이 귀국하면서 이를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1957년엔 미국소방안전협회가 911을 경찰과 소방 및 응급서비스 호출에 사용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점차 전국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일본의 경우는 1917년에 화재를 신고하는 전용전화를 설치해 전화교환수에게 '화재'라고 말하면 소방서에 접속이 되도록 했다. 그런데 1926년 관동대지진을 겪으면서 전화시스템이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뀌었고 세자리 숫자의 응급전화번호도 만들어졌다. 지진과 같은 긴급상황에서 다이얼을 돌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음은 물론이다. 처음에는'112'를 채택했으나 잘못 거는 경우가 많아 당시 지역번호로 사용되지 않는 '9'를 차용해 오늘날의 '119'를 탄생시킨 것이다. "일일이 구한다"는 의미를 갖는 119는 일제시대인 1935년 10월1일,경성 중앙전화국의 교환방식이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따지면 오늘이 바로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응급전화번호의 숫자는 나라마다 다르다. 보통은 세 자리지만 프랑스 멕시코는 두 자리이고,스웨덴은 다섯 자리(90000)다. 숫자의 선택이나 자리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다만 그 나라 국민들이 인식하기 좋고 외기 쉬운 숫자를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코끼리 진돗개 비둘기 등의 심벌마크를 갖고 있는 119가,앞으로도 더욱 빠르고 다정하고 완벽하게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극한상황에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