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로버트 러플린 KAIST총장.. 한국생활 1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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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 총장은 사석에서 자신이 '마치 KAIST 학생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총장 부임 이후 1년여 동안 생활의 절반 이상을 KAIST 교내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러플린은 KAIST 본부에서 200m가량 떨어져 있는 2층짜리 총장 공관인 계룡관에서 지낸다.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으로 불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부인 아니타 여사와 본의 아니게 별거 중인 그는 아침 식사를 손수 요리해서 먹고 걸어서 출근한다.
러플린은 학내외 현안에 대한 의견 수렴 및 교환을 위해 회의를 자주 갖는 스타일. 회의는 영어로만 진행하고 교수들에게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져 일부 토종 박사들이 곤욕을 치르기 일쑤라고 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KAIST 앞에 있는 갑천에 나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인근 야산을 산책하기도 한다.
연휴나 방학 때는 전국 명산을 둘러보는데 지난 여름방학 때는 경북 상주에 있는 청계산을 등반했다. 저녁 식사는 대개 KAIST 근처 음식점에서 교수들과 함께한다. 그는 이 곳에서 불고기 맛을 익혔으며 오징어 요리와 삼겹살도 즐긴다.
그는 "1년 동안 불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쪘다"며 "당분간 체중 관리에 신경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량은 맥주 한 병 정도.
러플린은 자타가 공인하는 피아노 마니아. 직접 작곡한 피아노 곡이 여럿 있다. 공관에 혼자 있을 때는 피아노를 치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방문객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부인과는 매일 e메일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다. 아니타 여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1978년 결혼한 이후 떨어져 생활한 적이 없었다"며 "지금이 우리 부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했다.
아니타 여사는 "러플린은 모든 분야에 다재다능한 르네상스형 인간"이라며 "한국 생활에서도 그의 다재다능한 캐릭터가 충분히 발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