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수주 경쟁 깨끗해졌다 .. 뇌물 사라지고 '진검승부'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이 시행되면서 금품이나 향응이 아닌 시공 조건으로 경쟁하는 추세입니다."(A건설 재개발 수주팀 관계자) 수주 활동과 관련,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건산법이 지난 8월27일부터 시행되면서 건설업체들의 재개발 수주전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식사 한번 더 대접하고 선물 하나 더 주면 된다'는 식의 물량 공세가 사라지고 있는 반면 조합원 사이에서는 브랜드 가치 외에 공사비 및 무료 옵션 등의 시공 조건을 따지는 풍토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건설사 간의 상호 비방 등 과열 양상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사조건이 수주 성패 갈라 지난달 말 실시돼 관심을 모았던 서울 양천구 신정·신월뉴타운의 신정3동 2-1지구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는 예상 외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초에는 사전 준비가 철저했던 경쟁사가 우세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브랜드와 공사비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이 제시한 구름다리(육교) 설치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구 안에 도로가 관통해 단지가 분리되는 상황이었지만 구름다리로 이것을 보완했다"며 "어떻게 하면 재개발 후에 집값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열린 은평구 신사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도 롯데건설이 열세를 점치는 분위기 속에서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제치는 성과를 올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평당 공사비가 20만원 정도 싼 것이 주효했다"면서 "특히 메이저 경쟁 업체들이 브랜드만 믿고 안일한 전략을 세웠던 것도 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반도급 수주 풍토도 바뀔 듯 이처럼 재개발 수주전이 투명해지면서 시공사 선정 후 자주 불거졌던 조합원 간의 내분과 갈등도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B건설 관계자는 "건산법 시행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했던 서울 양평동 12구역이나 흑석6구역,부산 우암2구역 등에서는 아직까지 진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선정된 곳에서는 별다른 불협화음이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 규제로 현재 수주전이 활발하지 않은 재건축은 물론 일반 도급공사에서도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물량 공세나 상호 비방 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 정비사업자인 미래컨설팅의 최성규 상무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건산법이 수주전을 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는 기본적인 브랜드 가치 외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유리한 시공 조건을 제시하느냐가 수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