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산법 개정안은 위헌적

姜 京 根 요즘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 개정안은 소급입법으로 재산권 박탈을 가져와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이든지 인위적 변경은 부자연스러우며,자연의 질서를 규범화한 헌법과 충돌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 정작 문제는 이번 금산법 개정안에 삼성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공동체의 건전한 담론으로 승화되기 어렵다는 현실에 있다. 당장 삼성그룹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 초과 보유 논란과 관련,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삼성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정서론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진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법치국가에서는 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원칙이 아닐까 한다. 이번 금산법 개정안은 개인이나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재산을 나중에 까닭 없이 빼앗겠다 하는 것이고,따라서 이는 재산권을 보장한 우리나라 헌법의 질서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안이라 평가된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법(제24조)과 동법시행령(제6조)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금융기관이 비금융 계열회사 주식을 5% 이상 소유하면서 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금감위가 승인 자체를 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삼성생명이나 삼성카드는 같은 소속의 비금융 계열회사인 삼성전자나 에버랜드 주식을 5%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삼성생명은 금감위 승인 없이 삼성전자 지분 7.2%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어 표면상 금산법 위반 상태에 있게 된다. 삼성생명은 금산법 제정(1997년 3월) 이전, 삼성카드는 제재규정 신설(2000년 1월) 이전에 이들 주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헌법 규정에 따라 재산권인 주식이 소급입법으로 박탈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해 합법화하는 부칙 경과규정을 금산법에 담는 것이 합헌적인 조치였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와 여당 일각에서는 이를 '삼성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의 눈으로 보았다. 급기야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5% 초과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칙 조항 개정안을 내고 여당은 이를 추인했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일정 지분을 초과하는 주식 보유가 소급입법에 의해서도 침해받지 않는 재산권에 해당하느냐에 있다. 한마디로 금산법 제24조의 규율 대상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소유함에 있어 금감위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행위'이지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계속적인 상태'는 아니다. 즉 위 법 시행 전에 이미 갖고 있던 초과 주식은 헌법상 보호받는 재산권인데,박 의원의 부칙 조항 개정안은 주식을 매각하라는 강제 처분 규정을 두고 있어 전형적인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는 위헌적인 법률안이 된 것이다. 위 개정안은 결국 과거에 이미 형성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관계 내지 지배구조를 사후법으로 강제해 재편하려는 것이다. 이는 법치국가적 헌법의 눈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개정안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우리 헌법의 기본 원칙을 정한 제119조 제1항에 반한다 할 것이다. 혹여 국민정서를 심판의 근거로 삼아 이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된다면,국가의 법질서를 무력화해 법치를 흔들어 경제와 시장의 혼란 및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