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태 장편소설 '여기부터 천국입니다' 출간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94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임영태씨(47)가 신작 장편소설 '여기부터 천국입니다'(문이당)를 펴냈다. 작품의 배경은 인간복제가 이뤄진 미래.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정체성을 찾아 나서면서 느끼는 실존적 고뇌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복제와 이에 따른 윤리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시기여서 이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쓸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5년 전부터 구상하다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썼다"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30세 남자 남기웅은 어느날 술에 취해 쓰러졌다 자신도 모르게 복제된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원체'는 연구소 지하의 유리관에 누워 있고 대신 거리를 활보하는 자신의 몸은 가짜다. 하지만 뇌세포는 물론 감정과 과거의 기억까지 모조리 복사돼 누가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남기웅은 지독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들고 자신과 비슷한 복제인간인 여자 이정미를 만나 위로를 받으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직장마저 그만둔 남기웅은 배영찬이라는 부랑인을 만나 향락에 몸을 맡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명백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마침내 그는 자신을 속인 배영찬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살인을 저지른 뒤 남기웅은 이정미의 휴대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나오는 '신이 없으면 모든 게 허용된다'는 구절을 남기며 살인을 정당화한다. 작가는 "SF영화를 보면서 장자의 '호접몽'을 생각했다. 장자가 하루는 나비가 된 꿈을 꾸는데 꿈속의 나비야말로 장자 자신임을 깨닫는다. 깨닫는다는 인식이 바로 실존인데 과연 현대 사회에서 '나'를 규정할 수 있는 범주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장자의 존재론적 인식론에 빗대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