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근로자 비중 10%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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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제조업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제조업 근로자 수가 전체 고용의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제조업 종사자로 분류돼 있지만 디자인이나 유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사실상 서비스 영역에서 일하는 인력을 제외할 경우 순수 공장 근로자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조업 위축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주장과 제조업 붕괴가 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심각한 제조업 퇴조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제조업 위기는 가장 심각하다.
미국 제조업 종사자는 1970년 전체 근로자의 25%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 전체 근로자(1억4700만명)의 9.52%인 1400만명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산업혁명 이후 제조업 근로자 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26%에 달했지만 올해는 13%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생산액도 1991년 이후 매년 평균 4%씩 떨어지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제조업 고용 비중은 70년 40%였던 것이 올해는 23%로 떨어졌다.
영국은 70년 35%에서 올해 14%로 급감했으며 일본도 27%에서 18%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도 제조업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과 인도 등이 저임금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의 공장을 대거 유치한 데다 선진국에서 금융이나 유통 등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위기 논란
이 같은 선진국 제조업 위축 현상에 대해 열띤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이 된다는 견해도 강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자동차나 냉장고를 사는 것보다 여가나 건강,교육 관련 지출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 기술 발전으로 인력 채용이 줄어드는 만큼 제조업 위축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지만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가격 하락 때문에 발생한 일이며 여전히 미국은 중국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제조업 위축이 경제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동차나 중공업,가전 등 고용 효과가 큰 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실업자가 늘어나 소비가 위축돼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에서 서비스업이 발달했지만 교육이나 미디어 산업 같은 분야는 제조업만큼 수출 실적을 내기 어렵다.
특히 첨단기술의 보편화와 아웃소싱 확대로 중국이나 인도 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도 선진국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크리스티안 웰러 미국발전센터(CA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은 고용과 견실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만큼 다른 산업 분야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은 제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