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윤규 부회장 완전 퇴출

지난 15년간 현대그룹 대북 사업의 핵심 참모로 일해 온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더 이상 대북 사업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현대아산은 5일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빌딩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심재원 현대아산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 부회장에 대한 보직 해임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개인비리 문제로 지난 8월19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김윤규씨는 부회장직까지 박탈당해 36년간 몸담아 온 현대그룹을 타의로 떠나야 하는 비운을 맞았다. 특히 비자금 조성 등 비리 내용이 대부분 공개된 터라 김 부회장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향후 대북 사업에서도 완전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시 이사회는 "더 이상 부회장직을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현정은 회장의 뜻에 따라 열린 것. 현대그룹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과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 등이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이 현 회장의 판단"이라며 "김 부회장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정상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 문제로 불거진 북측 및 정부(통일부)와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이날 이사회를 계기로 조속히 해소돼 대북 사업이 다시 '순풍'을 타길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김 부회장 보직 해임에 대한 북측의 반응.북측은 김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설이 불거진 이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현대측은 애를 태우고 있다. 현 회장과 리종혁 북측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 일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북측이 김 부회장 거취 문제를 이해하고 달라진 환경을 인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오는 11월22일 임시 주총을 소집,김 부회장을 등기이사에서도 제명할 방침이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던 김 부회장.그는 이제 '어떤 대북 사업도 추진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