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제 발등 찍는 재산세 인하

지난 4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강남구의회 본회의장.주민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택분 재산세율의 50% 소급감면 조례안이 상정됐다. 표결 직전 김상돈 강남구 부구청장이 "재산세율을 낮추면 특정 대형 아파트에만 감세 혜택이 돌아가 주민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야유와 고함에 묻혔다. 표결 결과는 18 대 7로 재산세율 인하안 통과.지난 6월 탄력세율 적용을 통한 재산세율 인하안을 부결시켰던 구의회가 3개월여 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강남구청은 "구의원들이 바뀐 재산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이들의 요구에 밀려 '악법'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조례안 통과의 여파는 5일 당장 나타났다. 강남구 재무국은 이날 오전부터 분주했다. 재산세율이 구의회 결정대로 낮아질 경우 올해 1800여억원의 예상 세수중에서 300억원이 떨어져 나가게 돼 있어 예산감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구청 관계자는 "300억원이 줄어들면 당장 내달부터 노인정 시설 운영,동사무소 문화 프로그램 등을 상당수 중단해야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불이익을 감수할 정도의 재산세율 인하 반대급부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 재산세율이 50% 낮아지더라도 강남구내 중소형 아파트 대부분은 주택분 재산세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대치동 은마 31평형,삼성동 홍실 35평형 등은 환급액이 한푼도 없다. 타워팰리스 등의 45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로 강남구청에 내는 주택분 재산세는 최고 몇백만원 줄어들긴 하지만 종합부동산세(고가 부동산에 대해 높은 세율을 매기는 국세)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보유세합산원칙에 의해 12월에 종합부동산세를 그만큼 많이 내야 한다. 재산세율 인하에 따른 실익이 없는 셈이다. 선거를 의식한 지방의원들의 무원칙한 태도,부정확한 정보에 휩쓸리는 주민들의 군중심리,그리고 크게 차이나는 세금환급액으로 인해 주민갈등까지 야기된다면 강남구의 재산세 인하는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결정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