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가다] <9> 벨리댄스 발상지...의상값 한국절반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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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엘 칼릴리 시장.' 거리를 걷다보면 '동양색'을 강조하는 이색적인 간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오리엔탈 드레스'같은 영문 간판들이다.
이런 간판을 건 의류상점들은 주로 밸리댄스용 의상을 판다.
이 춤은 터키가 본산으로 알려져있지만,실제는 이집트가 발상지이다.
그래서 이 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 중에는 밸리댄서 의상을 사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영업하고 있다는 밸리댄서 의상 전문점 '카쉬미르'의 사장 아메드 카쉬미르씨(47)는 "각국에서 하루 30명 정도가 옷을 사려고 찾아온다"면서 자신의 의상을 사간 러시아.독일.일본 댄서들의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랑했다.
그는 "요즘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주로 빨간색 의상을 찾는다"고 전했다.
동행한 현지 가이드 말로는 최근 한국에서 뱃살을 뺄겸 해서 밸리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춤을 배우거나 의상을 사기 위해 이집트를 찾아오는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시장에서 밸리댄서 의상 값은 모자와 머플러를 포함해 한 벌에 200~400파운드,원화로는 40만~80만원 정도 된다.
한국에서 비싼 것은 200만~300만원에 이른다니 이곳 가격은 엄청나게 싼 셈이다.
제대로 의상을 갖추려면 머리와 손 옷에 각종 장신구를 추가로 달아야 하지만,이만한 가격이면 한국에 가서 적게 잡더라도 배는 남길 것이라며 카쉬미르는 "한벌 사가라"고 자꾸 재촉이다.
밸리댄서 의상은 전형적인 가내수공업 제품이다.
카쉬미르는 "나는 물론이고 어머니와 사촌 남동생도 모두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상호는 가문의 오랜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집트에서 밸리댄스는 한국으로 치면 무형문화재여서 대대로 전수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1급 댄서는 높이 평가받아 크루즈 유람선 등에서 일하는 댄서는 월 1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이집트를 통틀어 6명 정도가 초일류로 국빈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 독일 등의 초청을 받아 1년에 6개월 정도 해외공연을 하며 수입은 이 나라의 석유재벌보다 많다고.이곳에서는 뱃살이 넉넉해야 오히려 좋은 댄서로 평가받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