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사로잡은 삼성의 전략 .. '삼성과 중국'


1985년 가을,당시 삼성 이병철 회장은 긴급 그룹회의를 소집했다.


참석자는 물산의 이필곤 부사장,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전자의 박웅서 부사장,제일제당 이대원 전무,그리고 소병해 비서실장 등 소위 핵심 임원들이었다.
면면의 중량감은 회의의 중요성을 상징했고 또 그만큼 분위기도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의 주제는 다름 아닌 '중국 진출' 문제.


막상 회의가 열리자 시장 현황 보고와 계열사별로 수집한 각종 정보가 보따리 풀리듯 쏟아져 나왔다.
질문과 이에 답하는 코멘트 역시 길게 이어졌다.


토론은 이미 절정을 넘어섰고 참석자들이 막 숨을 고르려 할 즈음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이 회장에 의해서였다.
그는 특유의 경상도 말씨로 이렇게 말했다.


"가는기다.


중국으로.단 물산·제당 따로 전자 따로 할 거 없이 하나로 가는기다."
모두 반대하던 반도체사업 참여를 선언한 '도쿄 구상'에 버금가는 선대 회장의 특명 '싱글 삼성의 상륙작전'은 이렇게 시작돼 지금 멋드러지게 성공했다.


27개 현지 법인에다 100억달러가 훨씬 넘는 매출,게다가 전 법인 흑자라는 일취월장의 실적을 올린 것.86년 베이징 연락사무소로 첫발을 디딘 지 19년 만의 일이다.


그 짧지 않은 세월을 시장 개척에 '올인'한 대륙 진출 1세대 중 한 명이 책을 펴냈다.


'삼성과 중국-거대한 미래에 도전하라'(김유진 지음,동양문고)는 이름으로.저자는 바로 20년 전 첫 전략회의에 물산의 상무로서 이필곤 부사장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이 책은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살핀 전반부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을 일구어낸 삼성의 개척기,그리고 저자의 개인사를 그린 후반부로 크게 나뉜다.


후진타오의 정책 방향과 향후 권력구도,미래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 등 거시적 조망과 함께 13억명의 시장을 열어 젖힌 월드베스트 전략이 개인의 경험을 통해 세세히 기록돼 있다.


콧대가 높지만 보수적인 베이징 사람,재물을 중요시하는 상하이 사람,상담보다 술 친구를 더 좋아하는 동북 사람들,의리를 귀히 여기는 산둥인,구두쇠 푸젠 사람들.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인 성격에 각개격파식 마케팅 노하우도 재미있다.
308쪽,1만48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