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배운다] 헤드폰 클럽 ‥ "한달월급 다써도 안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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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헤드폰이 제 한달치 월급이에요."
농담이냐고 물을 뻔했다.
아무것도 아닌 헤드폰 하나를 자랑스럽게 '한달치 월급'이라고 말하다니.그러나 '헤드폰클럽' 멤버들은 이 말이 농담이 아닌 줄 누구나 안다.
그 하나의 헤드폰을 마련하기 위해 그 사람이 얼마나 애태웠는지,그래서 얼마나 기쁜지 안다.
이들은 좋은 소리에 미친 사람이다.
헤드폰클럽은 오디오기기 중 헤드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특화 동호회다.
이 클럽회장 한정우씨(27)는 오디오 사랑 덕분에 아내와 직장까지 얻은 행운아다.
연세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던 시절 현재의 아내에게 헤드폰을 선물하면서 데이트를 신청,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을 키워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다.
직장도 전공과 취미를 함께 살릴 수 있는 현대모비스에 지원,카오디오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좋은 헤드폰의 조건을 물어봤더니 해상도(음의 세밀함),대역폭(낼 수 있는 고음~저음의 범위),다이내믹레인지(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충분히 낼 수 있는지),질감(음의 매끄럽고 거친 정도),공간감 등 다양한 조건이 숨도 쉬지 않고 튀어나온다.
"당연하겠지만,어느 하나에만 충실할 수는 없어요.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자신이 중요시하는 부분을 잘 살려주는 헤드폰이 자신과 궁합이 맞는 것"이라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일반 오디오 스피커에 비해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명기'급 헤드폰 가격은 수백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맞는 앰프와 CD플레이어,각종 케이블까지 제대로 조합돼야 진정한 명품이 된다.
일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병들이 즐기기엔 '너무 고급스러운' 취미가 아닐까.
"오디오 스피커 같은 데 거금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무리하지 않는 부류예요.
일단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거거든요.
이에 비해 헤드폰 마니아들은 취미를 위해 경제적으로 무리한다고 봐야죠."
클럽 회원 강현식씨가 웃으며 말한다.
"일반 오디오 스피커는 세팅이 너무 어려워요.
소리가 벽에 부딪치면서 흡수·반사되는 걸 조절하기가 쉽지 않죠.비싸기도 하고---"
요컨대 헤드폰은 좋은 소리를 사랑하지만 비싼 오디오 스피커를 갖기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이 현실과 타협한 산물인 셈이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결국은 헤드폰이니 스피커니 하는 오디오기기들은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유재석씨)
여기엔 단서조항이 하나 있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있어요.
결국 음반이 잘 녹음됐어야 좋은 소리가 나오잖아요." 이병욱씨의 지적이다.
헤드폰클럽 멤버들은 우리나라의 레코딩 문화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우리나라는 음악을 목소리 위주로 녹음하기 때문에 좋은 기계로 들으면 목소리만 엄청나게 크게 들려요.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죠."
'헤드폰으로 음악을 즐기면 귀가 상한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큰 볼륨이 문제일 뿐,헤드폰은 오히려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볼륨을 유지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오디오기기 사이트 게시판에는 '막귀(음질 차이를 잘 모르는 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헤드폰클럽 멤버들의 '막귀'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랐다.
"사실 막귀란 없어요.
음의 미세한 차이를 들으려는 의지가 좀 부족한 정도랄까요?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그만큼 자기 주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최고죠." 한씨가 명쾌하게 정의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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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이트
http://www.headphoneclub.net
http://www.has.pe.kr
◆헤드폰클럽에서 추천하는 입문자용 오디오기기의 조합 (※CD플레이어-앰프-헤드폰)
-대중음악을 즐긴다면:April Music 'CDA-320' -> April Music 'HP-100' -> Grado Labs 'RS-1'
-클래식 마니아라면:Marantz 'SA-15S1' -> The Next Audio 'P-100' -> Sennheiser 'HD-650'
-실속파인 경우:Marantz 'CD-7300' -> Audio Feel 'MS-1203S' -> Sennheiser 'HD-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