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석학 인터뷰]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 - 1


[ 대담 = 권영설 한경가치혁신연구소장 ]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 블루오션(Blue Ocean)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전략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이제 블루오션 컴퓨터,블루오션 여행사,블루오션 사진관,블루오션 페스티벌 등으로까지 '발전'하며 온 나라를 푸른색으로 물들게 했다.


사실 29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고 있는 만큼 세계가 이미 블루오션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초부터 '가치혁신 시대를 열자''블루오션으로 가자'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에 블루오션전략을 소개,전파해온 한국경제신문이 이 전략의 공동 창시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를 창간 41주년 기념 석학 인터뷰 시리즈의 첫 주자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김,마보안 교수는 지난 8월 하순부터 보름 가까이 아시아 투어를 가졌다.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중국 등을 돌며 각국 정부 리더,기업 경영자들과 만났고 대규모 강연회에 초청돼 특강했다.


두 교수는 한경의 인터뷰 요청에 "일본에서 열린 경제동우회 초청CEO포럼 때는 한경을 들고와 보여주면서 질문하는 일본 경영자들이 많았다"며 흔쾌히 수용했다.
김,마보안 교수는 바쁜 일정을 쪼개 한경 가치혁신연구소팀과 국제전화로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회의 전화)을 가졌다.


두 교수는 블루오션전략 공동 창시자로서 인터뷰 답변을 두 사람의 공동 의견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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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블루오션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오히려 레드오션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은 남들이 뛰어들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면 마땅한 방법론과 도구가 없었다.


반면 레드오션 전략은 체계적인 방법론과 도구가 있어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안심하고 사용해 왔다. 우리는 '레드오션에서 체계적인 성공의 규칙을 발견했으면 왜 블루오션에선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1880년 이후 지속적인 고성장을 거둔 30여개 업종 150여개 기업의 전략적 움직임(strategic move)을 분석했다.


그 결과 블루오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혁신은 우연히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틀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기업에 새 시장을 창출하는 과제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국가 차원에서도 그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왜 모든 나라에서 블루오션전략이 필요한가.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도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에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 발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전에는 한 단위를 투입하면 한 단위가 산출됐다.


하지만 첨단기술은 같은 단위를 투입하고 둘,셋 또는 다섯 단위를 산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급은 과잉 일로에 있는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정말 문제다.


"선진국에선 인구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다.


일본이 직면한 당면 과제도 인구 감소다.


유럽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중남미 등지에서 유입되는 이민이 아니라면 미국의 당면 문제도 줄어드는 인구였을 것이다.


초일류 기업들의 매출도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공급 과잉이 생기면 기업들도 그에 대한 대응을 하려고 노력할텐데.


"기업은 경쟁을 통해 활로를 찾는 경향이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결과 비슷한 제품끼리 싸우는 범용상품(commodity) 경쟁이 발생한다.


다른 한편에선 한정된 시장의 파이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결국 가격 인하 경쟁에 사활을 건다.


낮은 가격에 이익을 내기 위해 해외 아웃소싱도 불사한다."


-블루오션을 떠올리지 못해 범하는 오류인 것 같다.


"전략을 짤 때 대개의 경우 경쟁과 기존 산업을 분석하고 전략그룹을 살펴본 뒤 집중 공략할 고객을 정한다.


이런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거친다면 레드오션에 빠져있는 것이다.


블루오션으로 가려면 시장 경계선 내에서만 보지 말고 경계선 너머에 있는 새 수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상품을 사서 사용하고 폐기 처분할 때까지 고객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살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와인 대신 맥주를 마시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관찰해 와인산업의 블루오션을 창출한 호주의 옐로테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옐로테일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고객이 아닌 비고객(noncustomer)의 세계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비고객집단을 찾아내 새로운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듣기엔 쉽지만 실천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나.


"먼저 마케팅 부서에서 그동안 고객들에게 던져온 질문을 잘 살펴봐야 한다.


기존 고객에게만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를 묻는 식의 질문이었다면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선 규모를 넓혀야 한다. 기존 고객들만 상대해서는 안 되고 비고객들이 왜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 대신 어떤 대안을 택하는지도 묻고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은행의 경우 은행상품을 사는 고객이 아니라 뮤추얼펀드나 보험상품을 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질문해 들어가야 한다."


-비고객을 찾아 고객으로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새로운 고객,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가 경영자의 고민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세부적인 것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블루오션전략은 소비자 기업 종업원 주주 사회 등을 위한 것이다. 이들 집단이 모두 승리하는 윈-윈(win-win)게임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기술 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블루오션 창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블루오션 창출에서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하나.


"기업들은 지나치게 기술혁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좋은 기술이라고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장에서도 성공하려면 기술혁신을 넘어 가치혁신으로 가야 한다.


100년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기술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보라. 포드가 조립라인을 단축하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했지만 이는 새로 개발한 기술이 아니고 기존 육가공 산업에서 사용하는 조립라인을 가져온 것이다.


GM이 창출한 블루오션은 컬러와 디자인을 추가한 것이었지 획기적인 새 기술을 개발한 결과가 아니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기술혁신을 통해서도 블루오션을 창출했지만 도요타의 예에서 보듯 가치혁신을 통한 사례가 훨씬 많다."


-레드오션,블루오션 논의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은 어떤 수준인가.


"한국 기업들은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데 매우 탁월하다.


하지만 중국이 부상하고 세계 경제가 통합하는 시대에 이렇게 레드오션에 머물러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없다.


돈은 블루오션에서 나오는데 투자는 계속 레드오션으로 가고 있다."


-공급 과잉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이 그동안 펼쳐온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여년간 그래왔던 것과 달리 강하게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고임금,고비용으로 고통받는 기업들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을 여력이 없다.


한국의 기업이나 공공부문도 블루오션전략을 마스터하고 그것을 실행해 미래를 위한 성장을 일궈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전진해 나가도록 자극할 책임이 있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 서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는 4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부터 얘기해달라.


"한국 경제가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혁신·창조가 일상 생활화돼야 한다.


개발도상국가 시절에는 앞서가는 리더를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


선진경제의 단계에서는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


레드오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스스로 개척(pioneering)하고 앞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앞서거나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모방하기보다는 혁신·창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방에서 혁신·창조로 전환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두 교수는 인터뷰에서 혁신과 창조 두 단어를 '혁신·창조'식으로 나란히 사용했다.
공통분모도 있고 다른 점도 있기 때문에 나란히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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