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물 마시고 당뇨 진단 ‥ 갈수록 흉악해지는 보험사기

안모씨(47·여·보험설계사)는 2003년 10월 "차를 타고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다 왼쪽 눈을 선글라스 다리에 찔렸다"며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앞서 안씨는 재해특약보험 8건과 1개월 한정특약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상태였고 신청한 보험금은 총 16억6500만원이었다. 그러나 보험사의 조사 결과 안씨는 통증완화제를 넣어 눈을 마취한 뒤 수지침 등으로 자해,한쪽 눈을 스스로 실명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의 사례는 갈수록 고도화 지능화 집단화 흉폭화하고 있는 보험사기(보험범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자해를 하거나 가족을 살해하는 등의 일들이 빈발하고 있는 것.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모씨(43·전문지 기자) 등은 2001년 1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위 사람들을 골라 특정 질병 입원 때 고액 보험금이 지급되는 건강보험상품에 가입시켰다. 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대신 보험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조건을 걸었고 이에 대해 공증서까지 작성했다. 이후 이들은 보험가입자에게 혈압측정 전 팔굽혀펴기를 해 혈압을 높이거나 혈당측정 전 설탕물을 마셔 당뇨수치를 높이게 함으로써 고혈압과 당뇨병 등 특정질병 진단을 받아내도록 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총 164회에 걸쳐 11개 보험사로부터 8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또 송모씨(25·조직폭력배) 등은 2003년 10월 '면허증 대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20여명을 모집한 뒤 "병원에 가짜로 입원하면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다"고 유혹,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총 120차례에 걸쳐 보험금 25억원을 타냈다. 이들은 특히 보험사와 사법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 동창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병원에 입원시키는 이른바 '사람 세탁' 방식도 동원했다. 이 밖에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례도 있었다. 대전에 사는 장모씨(35)는 잇단 사업실패로 빚이 늘자 보험사 두 곳에 자신을 수익자로 해 총 6억원의 보험계약을 맺은 후 지난 8월 자신의 아내와 세 아들에게 청산가리를 먹이거나 목졸라 살해했다. 한편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적발된 보험사기 건수는 1만67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7099건에 비해 50.7% 늘었으며 적발금액도 483억원에서 820억원으로 7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보험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 이들 범죄자에게 형량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