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눈물의 효능

실컷 울어본 사람은 안다. 엉엉 통곡하거나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다 울다 지쳐 콧물과 뒤범벅된 눈물을 훔치고 나면 마음이 다소 후련해지고 머리도 개운해지면서 "어떻게든 견뎌봐야지" 싶어진다는 걸.안그러고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에 억지로 참고 있으면 가슴 속 응어리는 커지고 고통은 더해진다. 눈물은 웃음과 함께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이자 우리 몸의 자연방어제라고 한다. 웃음이 기분을 바꿔주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처럼 울음도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슬픔이나 분노 등은 감추지 않고 드러내야 치유되는데 눈물은 바로 그런 내면의 아픔을 밖으로 끌어낸다는 얘기다. 울음이 정신적인 충격을 줄이거나 없애는 일종의 배설행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과 양파를 썰 때의 눈물을 비교했더니 영화쪽 눈물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돼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카테콜아민이란 호르몬이 많았다는 내용이다. 눈물이 나쁜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는 증거인 셈이다. 중증 류머티즘 환자들의 면역기능 변화를 관찰했더니 울고 난 다음엔 스트레스 호르몬과 류머티즘을 악화시키는 '인타로이킨-6'의 수치가 떨어지고 암을 공격하는 '내추럴 킬러'(NK) 세포가 활성화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일본의 시사주간지(아에라)가 30~40대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눈물이 일,부부관계,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남성의 17%,여성의 50%가 직장에서 운 적이 있는데 한바탕 울고 나면 문제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울면 안된다'고 한다. 눈물이 나약함의 표시로 여겨지는 탓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자면 남녀 불문하고 울지 말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남자는 아무리 슬프거나 괴로워도 울음을 삼키고,여자는 화장실에 가서 물을 틀어놓고 운다. 툭하면 우는 것도 문제지만 참는 게 능사도 아니다. '남자는 일생동안 두 번 운다'는 건 일종의 사회적 억압이다. "살고 싶으면 눈물을 부르라"는 말도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