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동시다발 M&A 열풍

세계시장에서 기업 간 인수합병(M&A) 전쟁이 한창이다. 올해 M&A는 중국과 한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에서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미국과 유럽에서도 작년보다 각각 30%와 60% 이상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리서치 업체인 딜로직의 분석을 인용,"올해 전 세계 M&A 규모는 닷컴 붐이 한창이었던 지난 200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M&A 규모는 9월까지 2조400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1조4300억달러에 비해 43% 늘어났다. 이는 M&A 액수가 3조달러를 넘었던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M&A 열풍은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투자회사(PEF)들이 대거 등장한 데다 경기 회복을 타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전으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M&A 붐 올해 M&A는 지역과 관계없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시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딜로직은 올 들어 9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1560억달러에 달해 이미 2000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아시아 지역 M&A 담당인 콜린 밴필드는 "중국과 한국에서 대규모 M&A가 많았던 데다 필립 모리스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삼포에르나 인수 등으로 아시아 지역 M&A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금융 통신 유틸리티 부문의 M&A가 활발했다. 미국도 프록터앤갬블(P&G)의 질레트 인수(570억달러)를 비롯 연초부터 대형 M&A가 잇따르며 올 9월까지 M&A 규모는 7979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늘었다. 시장관계자들은 미국의 M&A 액수가 연말까지 1조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월까지 이뤄진 M&A 규모는 763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2% 급증했다. 독일 스폰 시멘트의 하이델베르크 시멘트 인수(960억달러)를 비롯 매머드급 M&A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사모투자회사 급증 M&A가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PEF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제까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기업인수 후 가치를 높여 되파는 소위 '바이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투자회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것이 M&A 활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몇개의 PEF들이 공동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집,종전에는 엄두를 못 내던 대형 기업 인수전에도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PEF의 활발한 활동으로 전체 M&A 시장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4%까지 높아졌다. 올해 일부 이머징마켓을 제외하고 주요 증시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PEF에 돈이 몰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업들이 실적호전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것도 M&A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고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이 덜한 IT 및 서비스 부문 업체들이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기업은 풍부한 현금동원력을 배경으로 신규사업 진출과 규모 확대를 위해 다양하게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