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건축기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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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헌
한국 건설산업의 발전이 눈부시다.
현재 세계 최고의 마천루인 대만의 타이베이 101빌딩(508m)부터 2,3위에 기록된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452m)까지 모두 한국인의 손으로 건설됐다.
조만간 세계 최고의 마천루 자리를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랍에미리트의 버즈두바이 빌딩 역시 한국인의 손으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2008년 완공 예정인 버즈두바이는 160층 규모로 공사비만 8억7600만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초고층 빌딩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이다.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제력을 과시하는 도시의 상징물이다.
더불어 최첨단 건설기술의 결정체로써 세계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적인 의미 또한 갖는다.
이제 한국은 과거 80년대 선진국 기술자의 지시 아래 노동력을 팔던 국가에서 외국의 기술사와 기능공을 이끌고 세계에서 초고층 빌딩을 짓는 건설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 강국의 이면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초고층 빌딩의 경우 엄청난 높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바람과 테러,화재 및 지진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인 구조엔지니어링은 아쉽게도 외국 기술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과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는 뉴욕의 '손톤 토마세티 엔지니어'라는 구조설계 그룹에서 설계했으며 버즈두바이 역시 '솜'이라는 세계적인 구조설계회사 작품이다.
한국의 대표적 초고층 빌딩인 타워펠리스 또한 솜에서 설계했으며,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나 SK텔레콤 사옥도 또 다른 구조설계업체인 '오베 알럽'에서 담당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구조엔지니어를 키울 시기다.
다행히 구조 엔지니어링은 세계 공통이고 한국인은 창의성이나 진취성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다만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건축 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건축디자인과 구조설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각 부분의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외국과는 달리 구조엔지니어들이 구조계산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현실은 구조엔지니어링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조설계 기술의 발전은 초고층 빌딩과 같은 건축물의 진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혁신 그 자체로 새로운 공간 디자인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건축산업의 총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드니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오페라 하우스도 피터 라이스라는 천재 구조엔지니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갈매기 부리 모양의 지붕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한국에도 제2의 '피터 라이스'가 빨리 탄생할 수 있도록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