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ㆍ기관 '월말 한판승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거래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19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2조7390억원어치를 팔았다.


연속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다음 달 1일에 결정될 예정이어서 10월 말까지는 외국인의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월말이 가까워오면서 적립식 펀드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는 '월말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관들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락을 지탱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간의 월말 혈투가 예상된다.
◆강해지는 외국인 매도 공세


최근 19일 동안 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규모는 지난해 5월의 10일 연속 순매도액 2조6195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미국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라는 해외 요인들까지 겹쳐 외국인 매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 압력을 심화시켰다.


달러화 강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텔의 3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19일간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전·후반부로 나눠 보면 전반기는 한국 시장에서만 팔다가 후반기 들어서는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동시에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주가가 약세를 보여온 대만 태국 등에서도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월말 효과' 효력 발휘할까


월말에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이 증시로 대거 밀려드는 '월말 효과'가 외국인의 매도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 7∼8월에는 기관의 월 전체 순매수액보다 20일부터 월말까지의 순매수액이 더 많았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월말이 다가오면서 기관들이 펀드 수익률 방어 차원에서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3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금융주와 내수주,반도체장비주 등을 위주로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학균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이어간다면 기관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 '월말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시 거래소 1050,코스닥 550선까지 갈 수도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는 1050∼1100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정광 팀장은 "수급선으로 해석되는 1146선은 지키고 있는 상황이므로 현재 지수대에서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550선까지 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