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삼성이 그렇게 두려운가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남덕우 전 총리를 비롯한 원로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선진화포럼은 최근 토론회를 열고 "앞으로 10년이 선진국 진입의 마지막 기회인 만큼 우리 간판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 등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반(反)기업적 행태가 이분들에게 도무지 위험천만하고 불안하게 비쳐졌음이 분명하다. 지난 국정감사 때 정치권 일각의 '삼성 때리기'는 집요했다. 시민단체의 공격은 지금도 여전하다. 논란의 핵심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원칙에 어긋난 지배구조,에버랜드 편법 증여를 통한 그룹승계 등이지만,그것들이 새로운 사실도 아닐 뿐더러 사태의 본질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어느 여당 의원이 속내를 드러낸 것처럼 '스포츠 경기 후원까지 독식'할 정도로 커버린 삼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이른바 '삼성공화국론'이다. 삼성이 지나치게 커져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그들의 정치권력 사회권력이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때마침 'X파일'사건도 터졌겠다. 이 기회에 확실하게 '삼성 권력'에 타격을 가하려 작심하고 몰아붙이는 것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삼성 권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막강한 돈과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입법과 행정 등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을 장악함으로써 흑(黑)을 백(白)으로 바꾸고,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 독재'인가? 아니다. 그 권력은 바로 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우리나라 GDP의 17%,수출의 20%,세수(稅收)의 7%를 떠맡고 있는 국민경제 기여도인 것이다. 그리고 삼성아파트에서 살고,삼성 TV 냉장고 휴대폰을 쓰고,삼성의 보험에 들고,세계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화려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삼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다수 국민들의 선택에서 비롯된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얼마나 쓸데없는 기우(杞憂)인가. 50여년 전 당시 미국 최대 제조업체 GM의 사장이었던 찰스 어윈 윌슨은 의회 증언에서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기업의 힘이 곧 국력이라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MS)에 좋은 것,제너럴 일렉트릭(GE)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삼성에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더라도, 근거없는 두려움으로 기업에 끝없이 돌팔매질을 해대는 오늘 한국의 현실은 지나치게 퇴행(退行)적이고 국력손실이다. 삼성이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해 100만명쯤의 국민을 먹여살리고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 1순위라면,지금 우리에게 당장 급한 것은 현대자동차 포스코 LG 같은 간판기업들을 더 키우고 북돋워 제2,제3의 삼성이 자꾸만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진국의 꿈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찾아가서 도와주지 못하겠다면 기업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기라도 해라.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