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지구촌 확산..남미ㆍ아프리카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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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지구촌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바이러스가 아시아를 거쳐 터키 루마니아 등 유럽 남부로 퍼진 데 이어 러시아 내륙과 중국에서도 가금류가 집단 폐사해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조류독감은 철새 이동로를 따라 앞으로 수주 내에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에까지 퍼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9일 "앞으로 몇 주 내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동아프리카 케냐의 리프트밸리에 상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프리카는 철새 이동이 끝나는 곳인 데다 농사법이 아시아와 유사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FAO는 지적했다.
FAO의 조셉 도미니치 수의학 국장은 "아프리카는 특히 질병 감시 시스템이 매우 부실해 H5N1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중국.대만에도 확산
러시아 농무부는 이날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350km 떨어진 툴라주(州)에서 조류독감 사례를 보고받았으며 분석 결과 H5N1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류독감이 발생한 곳은 툴라주 얀도브크 에프레모프스키 마을로 지난 14일 이후 3000마리의 가금류가 조류독감에 걸려 폐사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8월 시베리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 알타이 튜멘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지만 H5N1형은 아니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도 한 조류 사육장의 가금류 2600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려 폐사했다는 소식이 신화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 자치구의 수도 후허하오터시 근처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 조류독감의 바이러스도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만에서도 조류에서 H5N1형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또 루마니아 동부 다뉴브 삼각주에서는 H5N1형 조류독감이 두 번째로 발견됐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에 앞서 동부 다뉴브 삼각주 지역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발병 지역 내의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농가와 농장에 대한 방역 작업을 벌였다.
인근 마케도니아에서도 의심 사례가 발견돼 바이러스 종류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태국에서 조류독감 의심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40대 남자가 사망해 닭들이 대량 살처분되는 등 조류독감 확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 초비상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로 번져 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 소속 25개국 보건장관들은 20일부터 런던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독일 정부는 부분적으로 시행해오던 가금류 방목 금지 조치를 전국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방역 당국자들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한편 미국 CNN방송은 "새 조류독감 치료제가 미국에서 연구 중이며 이르면 내년 3월 선보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소재 제약사인 바이오크라이스트는 조류독감 치료용 주사제 '피러미비르'를 개발 중이며 내년 3월까지 1단계 임상시험을 마칠 계획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제약사 대변인은 "1단계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입증될 경우 이 주사제를 미국 정부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