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사모펀드와 M&A 경제학

국내외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열기가 뜨겁다. 지난주부터 세양선박이란 상선 회사를 놓고 국내 기업 간 치열한 M&A전이 벌어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인터넷 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구글 캠캐스트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경합하고 있다. ▶한경 10월19일자 A10면 참조 ◆자본의 논리를 반영하는 M&A 시장 표면적으로 M&A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자본주의 논리를 보여준다. 또한 자본 이동의 세계화 때문에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매수할 경우 민족주의 감정을 일으키기도 하고 궁지에 몰린 우량 기업을 싼 가격에 후려쳐서(?) 매수하거나 편법이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많은 편이다. SK 파문시 소버린은 SK 기존 경영진의 방어뿐 아니라 한국 내 강력한 민족주의적 저항을 동시에 받았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M&A는 경제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공급 과잉의 경제 구조 때문에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산업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 기존 유휴 설비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그리고 영업망과 브랜드 등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나타난 자산가치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A가 활성화되면 해당 국가 전체 차원에서 중복 투자가 방지되면서 금리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인다. ◆M&A는 경영전략의 일종 기업 입장에서 M&A는 기존 사업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맥주 회사인 하이트가 소주 회사인 진로를 인수했다. 하이트는 진로 인수로 모든 주류를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결과 유통과 마케팅에서 효율성이 높아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소규모 은행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새로 점포를 개설하는 것보다 기존 점포를 인수하면 많은 영업 자산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사회 침투도 쉬워진다. 따라서 M&A는 진행 과정의 비정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재조명될 것이다. 향후 M&A 시장은 국내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화가 경제활동 범위를 개별 국가에서 세계 전체로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변화 때문에 기업들은 세계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전략이 요구된다. 기업 내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 영역은 과감히 팔아치우고 반대로 기존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는 M&A를 통해 매수해야 한다. 최근 세양선박이나 대한통운과 같은 운송업체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기업들에 있어 물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동량 증가로 운송업체들의 이익이 커지는 것도 물류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M&A는 경제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장기 자산운용의 수단이 된 사모펀드 최근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불법적 행태가 도마에 올라 있다. 해외 사모펀드들은 구조화된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돈 되는 것은 뭐든지 하는 펀드다. 특히 이들은 제3세계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기업이나 국영기업 매각 과정에 참여해 2~3년 사이 매입 기업을 정상화시킨 뒤 높은 가격에 되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외국 자본에 넘어간 한국의 시중 은행,강남의 대형 빌딩 및 일부 제조업체들은 해외 사모펀드의 대표적 먹잇감이었다. ◆사모펀드 투자를 고려해 볼 시점 아직도 한국에서는 M&A될 기업들이 많다. 과거 SK와 같이 외국인 지분이 높은 반면 대주주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거나 정부 투자기관과 구조조정에서 탈출한 금융회사 소유의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 된다. 문제는 아직도 한국 내에서 이 기업들을 인수할 의지가 낮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M&A와 사모펀드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자금 부족보다는 인수 후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시간 리스크를 감내했던 해외 사모펀드들은 2~3배의 수익이 났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한국의 자본들은 연 4%대 금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다행히 사모펀드가 조금씩 태동하고 있다. 국내 자본에 의한 M&A도 늘고 있다. M&A 과정은 비정하고 비윤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은 수익률과 리스크만 감안한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자산 가치가 높은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 금융시장이 그만큼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M&A에 참여하는 사모펀드도 이제는 장기적 투자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