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원화거래 쉬워진다 ‥ 정부, 내년부터

내년부터는 외국인이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10억원이 넘는 원화를 빌리거나 100억원이 넘는 원화증권을 차입하더라도 외환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된다. 또 재무구조가 건실하지 않은 국내 기업도 내년부터 신고만 하면 외화자금을 단기 차입할 수 있게 된다. 21일 재정경제부는 현재 허가제로 운용되고 있는 16개 국내외 자본거래를 내년 초부터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재경부는 외국환거래법의 부칙에 이 같은 신고제의 일몰시한이 올 연말로 정해져 있는 만큼 외국환거래의 자유화를 높이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 투기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교란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감시기능 강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거래 대폭 자유화되지만 개정안은 현재 재경부나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으로부터 일일이 허가받도록 돼 있는 외국인의 국내 자금차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이 1년 미만 단기로 원화증권을 발행하거나 사들일 때도 신고만 하면 된다. 국내 기업이나 개인이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상당히 자유화된다.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을 웃도는 기업이라도 내년부터는 신고만 하면 단기 외화차입 및 단기 외화증권 발행이 가능해진다. 내국인이 외국인으로부터 단기로 원화를 차입하거나 단기 원화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신고사항으로 바뀐다. 재경부는 이 같은 규제완화로 한국의 자본자유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59%에서 일본과 비슷한 86%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 투기자금의 공격 가능성도 높아져 국내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로 내년부터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자본의 환투기 우려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상태에서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어서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외국자본이 무차별 공격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웃도는 데다 성장률이 높아지는 추세며 특히 상품수출입으로 연간 2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내고 있어 환투기 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외환전산망과 조기경보체제를 갖추고 있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검사범위를 현재 수출입거래에서 수출입거래 및 이와 연관된 자본거래까지로 확대하는 등 보완대책도 마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