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규제개혁은 체감할 수 있게

홍준형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예규와 고시 101개의 폐지ㆍ개선 등을 위한 규제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정부 각 부처에서 경쟁제한적 법령을 만들 경우 공정위와 사전에 협의를 하지만,이미 시행되고 있는 부처별 예규나 고시,시행규칙 중에는 숨겨진 경쟁제한적 규제가 많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나서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 동안 '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행정규제관리법''행정규제기본법' 등 이름을 바꿔 가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규제개혁시스템을 만든다고 수선을 떨었지만,규제개혁의 성과는 미흡하고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관련학계나 기업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규제개혁 건수를 들먹이며 눈부신 실적을 거양했다 자부하지만,개혁의 체감도가 낮기 때문에 특히 기업하는 사람들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규제''덩어리 규제' 등이 여전히 기업과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에서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 예규나 고시에 의한 규제들이 많고,공장 하나 세우는데 수백 가지 서류와 인허가를 요구하는 식의 덩어리 규제도 나아진 게 없다. 또 공사ㆍ공단ㆍ협회 등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생활에 불편이나 부담을 주는 유사행정규제,불합리한 인사 등 국민이나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주는 행정내부규제 등 소홀히 다뤄 왔던 비공식 규제들이 많다. 사실 규제개혁위원회 등에서 법률이나 대통령령,부령 등에 의한 규제를 줄이거나 정비,개선한 규제개혁 실적만 가지고 보면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야 마땅하겠지만,그 가운데에는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규제의 핵심은 정부의 개입과 행위제한,특히 기업활동의 제한에 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고 줄여줘야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을 기할 수 있으니,기업규제의 개혁은 그 어떤 경제활성화 조치보다 더 효과적이고 시급하다. 물론 안전이나 환경을 이유로 한 소위 '사회적 규제'까지 도매금으로 넘겨서는 안 되지만,그렇다고 규제개혁 자체를 막아서는 이유로 남용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역시 규제철학의 정수는 '규제는 없을수록,적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안전 환경 등을 위한 사회적 규제 역시 반드시 필요한 수준에 그쳐야 하고 또 실효성이 없거나 본래 목적과 다른 결과를 빚는 규제는 그 목적이 안전이나 환경의 보호에 있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개폐해 나가야 한다. 어쩌면 이처럼 단순한 원리를 소홀히 한 것이 현장에서의 체감도를 저하시킨 요인이 아니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의 특성과 규제개혁 성패ㆍ난이도 사이에는 일정한 인과관계가 있다. 즉 규제개혁은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강력할수록,규제가 다목적이고 덩어리로 돼 있을수록,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교착돼 있을수록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정부의 포퓰리즘,인기영합 성향이 높을수록 규제개혁 추진도 성공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의 핵심적 성공요인은 바로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 규제 목적을 단순명료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명시해 객관적 검증을 받겠다는 약속을 밝혀야 한다. 규제심사의 주된 정책도구인 규제영향분석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전문인력이나 소요자원 등의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규제개혁과정을 공개하고 참여의 문호를 열어 놓아 규제개혁심사의 장이 항상 시끌시끌하게 만들어야 한다. 규제개혁 담당자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이제까지 밤낮 없이 매진해 온 일들이 무엇인지,규개위나 규제개혁기획단 같은 기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