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내년 R&D재원 제대로 쓰려면

徐重海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우쳤다는 논란이 있다. (안현실,'산업정책 읽기-숫자의 마술',한국경제신문 10월6일자) 여건에 따라 어느 한쪽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될 수는 있겠지만,정부의 재정 운용에서 성장과 분배는 어느 한쪽도 놓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내년도 예산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이 둘을 조화시키려는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ㆍ보건 지출을 49조6000억원에서 54조7000억원으로 10.3% 증액시킴과 동시에 연구개발(R&D) 예산도 7조8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15% 확대키로 한 것이다. 규모면에서 사회복지ㆍ보건 부문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기술ㆍ인력 양성을 위한 R&D 교육 등 성장잠재력 확충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예산안에 의하면 2006년 정부 연구개발투자 총액은 전년에 비해 15% 증가한 8조9729억원 규모다. 최근 수년간 정부 R&D투자 증가율 평균이 8.5% 수준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논란이 되는 것은 재원 구성이다. 기금과 특별회계를 제외하면 R&D예산 증가율은 7.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이나 기금이나 재정측면에서 다를 바 없고 연구자가 사용하는 측면에서도 차이가 없다. OECD의 정부 R&D통계에 있어서도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총액으로 투자 규모를 추계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장기적으로도 정부는 R&D부문 투자를 사회복지ㆍ보건 부문과 함께 가장 높은 연평균 9.2%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분배와 성장을 조화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R&D재원을 확충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대단히 강한 현 시점에서는 재원 구성 논란보다 이들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논의가 보다 생산적이다. 특히 정부의 R&D투자 확대 목표가 성장잠재력 확충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R&D투자가 산업계의 기술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국책연구개발사업에서 정부의 투자 방향 및 방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 연구개발사업은 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실용화에는 소홀해 왔다. 그러나 개발된 기술의 실용화에도 추가적인 자원투입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내년도 R&D예산 편성에서 연구결과 실용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다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산업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연구개발사업에서 산ㆍ학ㆍ연 협력체제가 제대로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출연연구기관이나 특히 대학에 있어서는 산업계와의 협동과제에 대한 평가ㆍ보상이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정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산업계 R&D투자 유인체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2003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투자는 2.6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계 R&D투자는 상위 기업과 나머지 기업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 상위 20대 기업의 R&D투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계산해 보면 1.6%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산업계 R&D에서 더욱 심하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상위 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R&D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투자유인제도의 하나인 R&D 조세지원제도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에 준하도록 해 R&D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