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벨트' 민간아파트 보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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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국민임대주택 단지는 물론 일부 신도시와 주요 공공택지에서 민간 아파트를 구경하기 힘들 전망이다.
대한주택공사와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성남 도촌,의왕 청계,세곡·우면지구 등 '알짜배기' 공공택지에 자체 아파트만을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3일 주공 등에 따르면 주공은 경기 성남시 도촌택지개발지구(24만2000평)와 의왕시 청계택지개발지구(10만2000평)의 공동주택 용지를 당초 이달까지 민간 건설사에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8·31대책 이후 이를 잠정적으로 취소하고 자체 아파트만을 독점 공급키로 결정했다.
주공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영 개발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이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이들 그린벨트 해제지구엔 주공아파트만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공,강남벨트 싹쓸이
주공이 자체 아파트만을 짓기로 한 택지는 성남 도촌지구와 의왕 청계지구 등 두 곳이다.
모두 서울 강남에서 가까운 수도권 남부의 요지다.
판교에 이어 향후 송파 신도시도 공영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기 국민임대주택단지 아파트까지 독점 공급키로 결정,주공이 이른바 '강남 벨트'를 싹쓸이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H공사도 세곡·우면·장지·발산 지구 등 그린벨트가 해제된 '노른자위' 국민임대주택 단지에서 주공과 같이 민간에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그린벨트가 해제된 국민임대주택 단지에선 SH공사의 아파트만을 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국민임대주택기획팀 관계자는 "공기업이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공급할지,민간 공급 없이 자체 아파트만을 지을지는 알아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주공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분양하는 방식은 분양가만 턱없이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어 주택가격 안정 측면에서 공기업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민간아파트 건설 크게 줄듯
공기업들의 잇단 '공공택지 독점'에 대해 가뜩이나 택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 건설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신도시 공영개발과 맞물려 "알짜배기 택지를 공기업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불만이다.
P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부족한데 입지가 좋은 공공택지를 공기업이 독점하면 민간 회사들은 집을 아예 짓지 말라는 얘기냐"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주공이 그 많은 아파트를 모두 공급할 역량이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공공 부문을 축소하고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는 게 대세인데 우리나라만 역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분양가가 싼 공공 아파트와 품질이 좋은 민간 아파트가 공존해야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공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유망 공공택지를 독식하기 시작하면 공공 부문만 기형적으로 비대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인기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후 고분양가 경쟁을 벌여 왔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