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외국인보다 내가 한수위"


기관의 압승.


지난달 말부터 기관과 외국인 간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매매 공방의 중간 성적표다.
기관이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이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보다 훨씬 높았다.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공세에도 불구,종합주가지수의 하락폭은 예전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한마디로 기관이 외국인을 젖히고 시장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 소액투자자들 가운데 최근 들어 외국인 대신 기관 매매 방식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가는 기관이 결정한다


지난 9월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한 달간 국내 기관이 집중 매수한 138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9.56%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단독으로 순매수한 98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 8.42%를 앞질렀다.


개인만이 매수 우위를 보인 146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4.54%였다.


특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게 눈길을 끈다.
외국인 매물을 다 받아내고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만큼 힘이 세졌다는 뜻이다.


실제 이 기간 중 기관의 순매수로 주가가 20% 이상 뛰어오른 거래소 종목(10억원 이상 순매수 기준)만 17개에 이른다.


코오롱건설의 경우 외국인과 개인이 292억원어치 넘게 주식을 팔았지만 기관이 이를 매입하면서 주가가 81.64%나 상승,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대한전선이 64.07%로 2위,대한화섬이 52.15%로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외국인이 선호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외국인이 홀로 산 종목 가운데 주가가 20% 넘게 오른 거래소 종목은 1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준으로 8개에 머물렀고 최고 상승률 종목은 휴니드(47.76%)로 나타났다.


신풍제지(31.14%) 한일건설(28.64%)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도 감소


종합주가지수 등락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조124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1199.97에서 1183.48로 1.3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2조61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던 종전 순매도 최고 기록 때(2004년 4월27일∼5월11일)의 지수 하락률 13.5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외국인이 사상 최장인 25일 연속으로 999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때(1997년 10월4일∼11월1일)의 지수 하락률 23.05%에 비해서는 하락률 폭이 16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 자금을 공급받는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도의 충격을 흡수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