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금리 인상" 목소리 커진다

세계 주요 국가마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장에 다소 지장이 있더라도 물가상승 부담만큼은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금리인상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금리인상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격적 금리 인상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내년부터는 '제로(0)금리'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유럽 역시 영국 독일 등에서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금리인상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계적인 금리인상 러시가 자칫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전체를 침체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인플레 공포' 확산이 배경 금리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중 생산자 물가가 전 달보다 1.9% 상승,월간 상승률로는 90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생산자 물가 역시 0.3% 올라 고유가 충격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로존 12개국의 9월 소비자 물가도 전년 동기보다 2.6% 올라 2002년 1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플레이션으로 고생하던 일본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최근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라며 "연말쯤이면 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기준 소비자 물가가 소폭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격적 금리인상론 고개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과 일부 지역 연준리 총재들은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신중한 통화정책은 철회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 역시 최근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4년6개월여 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해온 일본에서도 연말쯤 디플레 탈출이 가시화될 경우 내년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한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캐나다 대만 태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말레이시아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방침이다. ◆신용 악화 우려 커져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면서 기업들의 신용이 악화되는 징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고(高)수익·고(高) 위험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율은 급증하고 있고 9월 들어서는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수가 올라간 기업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기준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특히 델타·노스웨스트 등 항공사와 자동차부품 업체 델파이,선물회사 레프코 등이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