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불임 휴직

다 큰 자식을 둔 부모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가 있다. 대학입시보다 혼사가 더 큰 일이라는 것이다.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거나 부모 눈엔 영 엉뚱한 상대와 결혼하겠다고 우기면 그야말로 속이 터진다고 입을 모은다. 겨우 보내고 나면 싸우진 않나,손자 소식은 있나 등으로 전전긍긍한다고도 한다. 1∼2년은 피임을 하나 보다 여기지만 더 지나면 무슨 일인지 걱정되는데 묻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부모가 이러니 정작 아이가 생기지 않는 당사자들은 오죽하랴.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5~39세 가임(可妊)부부의 13.5%인 63만5000쌍이 불임이다(보건사회연구원).7쌍 중 1쌍이 불임부부라는 얘기다. 합계출산율 1.16이라는 기막힌 수치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셈이다. 불임의 원인은 공해 스트레스 비만 흡연 등 다양한데 문제가 여성쪽에 있는 경우가 43.7%이고,남성 20.0%,양쪽 모두 12.3%,원인불명 17.4%,기타 6.6% 정도라고 한다. 남성은 정자의 수나 운동력 부족,여성은 배란이나 나팔관 이상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어떤 경우든 불임부부의 고통은 심각하다. 보약을 먹고 치료를 받는 등 온갖 애를 써도 안 되면 결국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야 하는데 둘 다 보통 일이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고 확률상 인공수정은 6∼7회,시험관 아기 시술은 3∼4회 시도해야 하는 만큼 여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 기혼 여직원이 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불임휴직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출산이 개인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 아래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등에서 실시 중인 것을 금융권 전체에서 확대 실시한다는 것이다. 불임휴직을 허용하면 병원에 가느라 온갖 눈치를 보는 데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직장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못하는 건 불임보다 산모에 대한 눈총과 출산 뒤의 육아문제 때문인 수가 많다. 휴가도 휴가지만 배부른 상태에서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먼저다 싶은 건 그런 까닭이다. 비정규직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