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BSC 도입 가속도] "공무원도 일 못하면 자리없다"
입력
수정
전략을 실행하는 핵심 혁신 도구인 BSC(Balanced Scorecard;균형전략실행체계) 도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도화선은 공공부문에서 댕겨졌다.
참여정부 들어 혁신의 추진 방법으로 성과평가가 강조되면서 중앙부처 절반 이상이 BSC를 이미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BSC가 도입되면서 공직사회의 풍토도 성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부서는 물론 개인별 성과가 숫자로 드러나면서 '이제 좋은 시절은 갔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공공부문에 변화의 태풍을 몰고온 BSC 도입 현황과 전망을 소개한다.
행정자치부 정부혁신본부 최현덕 교육개발팀장(39).그는 요즘 BSC를 기반으로 한 통합행정혁신시스템 '하모니(Hamoni)'에 로그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간부들과 부내 주요 일정을 확인한 뒤 회의·행사·지시할 내용 등을 '오늘의 일정' 메뉴에 등록한다.
교육개발팀의 현재 성적이 행자부 내에서 몇 등인지 확인하고 주요 과제 추진 현황도 체크한다.
'붉은 색' 경고등이 켜진 과제에 대해선 더욱 신경을 쓴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13년째인 최 팀장은 '하모니' 도입 이후 달라진 업무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전에는 주로 지시받은 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팀별·과제별 성적이 나오다 보니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심지어 '복도에 사람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별다른 이유없이 다른 부서에 방문하지 않고 자기 일만 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오영교 장관이 "연말에 팀별·개인별 성적을 합산해 하위 10%에 대해선 인사나 성과급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밝힌 이후 성과에 부쩍 신경 쓰는 분위기다.
하모니 시스템의 '메모보고' 기능을 활용하면서 결재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풍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간부들의 의견이 일일이 메모에 첨부되면서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는 것도 커다란 변화 가운데 하나다.
BSC 도입으로 변화의 물결이 더욱 거세진 정부 부처는 행정자치부뿐만이 아니다.
부 단위 중앙부처 18개 중 절반이 넘는 10여개 부처가 올초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는 현재 BSC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국방부 노동부 과학기술부 농림부 환경부 등은 구축 중에 있다.
청 단위 중앙부처 16개 중 해양경찰청 특허청 관세청 국세청 조달청 경찰청 병무청 등 8개 청이 BSC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감사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KOTRA 조폐공사 토지공사 한국전력 등 정부투자기관은 중앙부처보다도 먼저 BSC를 도입해 업무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KOTRA가 BSC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면서 공공부문의 혁신도구로 주목을 받아 왔다.
대통령 정부혁신특보 였던 오영교 전 KOTRA 사장이 행자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공공부문의 BSC 도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중앙부처 혁신수준 평가 등에서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포함된 것도 BSC 도입에 불을 댕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BSC 도입은 정부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감사원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국가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순식 감사관은 "지금까지 업무평가는 적발 건수·금액·인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감사활동이 미친 경제적·재정적 영향이 중점 지표가 된다"며 "장기적으로 제도개선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BSC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모든 부처에서 일괄 적용하기는 어려운 BSC를 너무 성급하게 도입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공공부문 BSC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BSC 컨설팅업체로는 웨슬리퀘스트를 비롯 넝쿨,호워스충정컨설팅,한국정책평가연구원,딜로이트컨설팅 등이 있다.
웨슬리퀘스트 정종섭 대표는 "현재 다른 국가보다 공공부문 BSC 도입 비중이 높다"며 "내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대덕연구단지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