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황제' 톰 바락 매각 나섰다

'아마추어들까지 뛰어든 미국 부동산 시장에는 더이상 먹을 게 없다.' 포천지는 최신호 (17일자)에서 운용자산 250억달러로 세계 최대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PEF)를 운용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황제' 미국의 톰 바락(사진)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추어도 미 부동산에 몰려 바락은 현 미국 부동산 시장을 폴로 경기에 비유했다. 프로들이 뛰는 폴로 경기에서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아마추어들만이 경기장에 넘쳐난다면 조만간 누군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좋은 물건도 없는 시장에서 분석적 시각은 갖지 못한 채 빚을 내 부동산을 사려는 돈만 넘쳐난다"며 "이 때문에 프로인 나는 지금 미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대형 펀드들이 모두 하나 같이 부동산에만 몰려들면서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채권 수익률과 비슷한 연 5~6%대로 떨어져 투자 매력도 더이상 높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락은 최근 9개월간 30% 이상 급등한 건축자재 가격이 미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통나무 플라스틱 등 건축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건축업자는 신축 건물에 대해 높은 가격을 요구하겠지만 낮은 수익률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뒤따라 주지 못해 거품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아시아엔 기회있다 부동산 시장 열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파리 런던 모스크바와 아시아 홍콩 등지에서도 사그러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글로벌 부동산 업체의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부동산 관련 법 규제가 많은 유럽과 아시아에선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게 바락의 판단이다. 유럽은 정치적으로 로비가 강한 투자자들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가 많고 아시아는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바락은 스타우드호텔 체인이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섬에 갖고 있는 코스타 에스메랄다 리조트를 2003년 인수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이 리조트를 추가 개발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바락은 거꾸로 리조트를 산 후 추가개발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토록 로비,리조트의 독점적 메리트를 누리겠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인수한 호텔 체인 래플도 바락의 전술적 승리였다. 그는 9년 동안 싱가포르 의회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끈기를 발휘한 반면,경쟁업체들은 기나긴 입찰 협상 때문에 중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사들일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호조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에선 도쿄 중심부의 땅값 상승률이 14년 만에 플러스를 기록,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바락은 "아시아 호텔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이 지역 5성급 호텔 체인은 3개밖에 없다"며 "향후 5년간 30개의 래플 호텔을 아시아에 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바락은 "부동산 투자란 기본적으로 저평가된 물건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 노력을 게을리하면 결코 부동산 투자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규호·유영석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