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인지…펀드인지…변액보험 관리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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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펀드와 함께 증시 수요 기반으로 급부상한 변액보험이 선보인 지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보험 상품인지 펀드 상품인지 불분명한 채 팔리고 있다. 명칭은 보험이지만 사실은 펀드 상품에 가까운 까닭에 적지 않은 투자 위험이 있는데도 투자자 보호 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변액보험은 △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는 주식 편입 비율 제한이 없고 △객관적인 수익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최소 10년 이상 장기 상품인데도 운용사들이 단기 수익률에 집착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를 관리감독할 주체도 불분명하다.
변액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 성격을 가진 상품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최근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 편입 비율이 80∼90%가 넘는 공격형 변액상품들이 급증하고 있다.
A사의 성장형 변액보험 상품의 경우 수탁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B사가 판매하는 일부 변액보험 상품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전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식 편입 비율이 낮은 변액상품은 아예 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반 보험상품의 경우 보험업법에 따라 주식 투자가 총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증시 활황으로 수익률이 좋아 문제가 안 되지만 만약 증시가 하락할 경우 때에 따라선 보험료 원금조차 손실을 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10년 넘게 변액보험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미국이나 일본은 주식 고편입 상품에 대해선 헤지(위험 회피)를 걸어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헤지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객관적인 평가잣대도 부족
일반 주식형펀드는 자산운용협회를 통해 과거 및 현재 수익률,기초자산,수탁 규모,편입 종목 등이 집계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따라서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누구나 이를 통해 펀드별로 장·단점을 비교한 후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변액보험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적용을 받으면서도 대신 각 보험사 사이트의 특별계정 공시실이나 생명보험협회의 사이트에는 기간 수익률 등 제한된 내용만 올라 있을 뿐이다.
펀드투자액 중 주식과 채권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주식편입 종목은 무엇인지 등 고객들의 판단기준이 될 만한 내용들은 없는 실정이다.
◆ 관리감독 사각지대
관리감독도 문제다.
변액보험은 보험법과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동시에 따르도록 돼있으나 관리감독 소재가 어디인지는 불분명하다.
예컨대 변액보험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펀드로 분류되는 까닭에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이 감독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자산운용감독국은 사실상 두손을 놓고 있다.
변액보험 상품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보험감독국도 감독규정에 대해서는 방치하다시피하고 있다.
심지어 산하기관인 협회끼리도 이권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가령 생명보험협회가 이미 변액보험판매사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데도 자산운용협회는 내년부터 펀드판매사 자격증 제도를 자체적으로 도입,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