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욱 대한전선 사장 "M&A시장, 악어삼키다 배터진 뱀꼴 될수도"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무척 고통스럽네요."


국내 M&A(기업인수·합병)업계의 실력자로 알려져 있는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57)은 요즘 정중동(靜中動)이다.
올 들어 진로채권 매각과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확보한 '실탄'이 무려 5000억원에 달하지만 정작 매력 있는 '물건'을 찾지 못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통운과 세양선박에 대한 일부 기업들의 지분확보 경쟁이 벌어지고,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구조조정기업들의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시장의 움직임을 차분히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오히려 "모두가 이 길이라고 달려갈 때 한발짝 물러서 냉정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요즘 국내 M&A 시장은 다소 과열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특히 뱀이 악어를 삼켰다가 옆구리가 터져 죽은 최근의 외신 사진을 상기시키며 "지금 모든 이들의 관심은 누가 어디를 인수하느냐일지 모르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인수 후에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이냐의 문제"라며 "경영능력이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돈만 갖고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임 사장은 "그렇다고 기업인수를 포함한 신규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다만 서두르지 않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당분간 전선을 주축으로 한 '본업'에 충실하며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캄보디아 베트남 등 전선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회사 내 팀장들에게 집중적으로 묻는 질문도 정해져 있다.


'오는 2010년 당신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앞으로 5년 뒤 회사의 장래와 개인의 비전을 공유해보라는 취지라고 한다.


"대한전선이 아무리 좋은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전선업을 보조사업으로 두는 일은 없을뿐더러 임직원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임 사장은 지난해 인수한 쌍방울에 대해 "올 하반기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여기저기서 되팔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있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유능한 경영자(이호림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유통분야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성장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클럽하우스를 신축한 무주리조트 골프장 운영과 관련해서도 "주변에서는 회원을 추가 모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사업은 안한다"며 "기존 회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회사도 이득을 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 사장은 끝으로 "경제신문에 모든 정보와 길이 있다"며 신문예찬론도 곁들였다.
그는 "예전에 고 정주영 현대 회장께서 '나는 신문대학을 나왔다'고 얘기할 정도로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처럼 신문이 전달해주는 정보의 가치는 엄청난데도 우리 직원들은 너무 (신문을) 안 보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일훈ㆍ김형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