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붉은 자본가 1호' 룽이런 타계

'붉은 자본가(紅色資本家) 제1호'로 중국 재계와 정계에 큰 족적을 남긴 룽이런(榮毅仁) 전 중국 국가부주석이 26일 밤 베이징에서 사망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향년 89세. 덩샤오핑이 내세운 개혁개방의 전도사로 활약한 그는 국가 부주석, 전인대 (국회) 부위원장, 중화 전국공상연합회 주석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미국의 '포천'지는 지난 86년 중국 기업가로서는 처음으로 그를 세계 50대 저명 기업가로 선정했다. 장쑤성에서 출생한 그는 29세부터 부친이 넘겨준 상하이의 밀가루 공장과 방직 공장을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1949년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후 대부분의 자본가들이 탈(脫) 중국에 나설 때 그는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 57년 '붉은 자본가'라는 칭호를 받고 41세에 상하이 부시장이 됐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로부터 자산 계급이라는 이유로 하방을 당해 고초를 겪었으나 78년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으면서 발탁됐다. 그는 이듬해 중국 최초의 해외자본 유치 기관인 국제신탁투자공사(CITIC)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화교 자본을 중국에 끌어들이는 데 앞장서 '개혁개방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슬하의 4녀1남 가운데 '붉은 자본가' 2세 격인 아들 룽즈젠(榮智健·63)은 홍콩 중신타이푸그룹 회장이며 최근 수년간 중국의 100대 부호 중 1,2위에 들어갈 정도로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