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추상이 머문 풍경 .. 유영국 화백 3주기 기념 드로잉전 열어

유영국 화백의 3주기 기념 드로잉전과 한만영 화백의 신작 초대전이 11월 4~27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나란히 열린다.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추상미술 1세대로 불리는 유영국(1916~2002) 화백은 생전에 드로잉 작품을 별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종이 위에 스케치를 한 후 이를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직접 작업하는 구성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유족과 미술평론가 오광수씨에 따르면 유 화백은 드로잉 작품을 60여점이나 남겼다. 그 가운데 195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25점이 이번 전시회에 나온다. 이번에 공개되는 드로잉을 보면 산이라는 풍경 요소를 기하학적으로 추상화하고,색채보다 화면 구조와 구성을 더 중시했던 그의 예술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산과 골짜기를 삼각형과 직선으로 단순화하면서 풍경을 기학학적으로 재구성하는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적 유화의 원천을 보여주는 펜 드로잉에서도 표현주의적 터치와 격렬한 필치를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조형적으로 연관성을 보이는 유화작품 5점과 드로잉이 그려진 도자기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볼펜으로 그린 드로잉 1점과 유화작품 'work'(1982년)의 경우 나무를 Y자 형태로 단순화시키고 산 풍경을 간결한 패턴으로 처리해 조형상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에 가나아트센터 제2,3전시장에서 열리는 '한만영전'은 대형 캔버스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고전 명화와 시대의 아이콘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간의 복제'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은 이미지와 오브제의 결합을 통해 풍부한 사유의 장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한 화백은 70년대 추상회화가 유행할 때 극사실주의적으로 고전 명화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소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마티스의 인물 등에 대중적인 아이콘을 단색 화면 위에 접목한 신작 20여점을 내놓는다. (02)720-1020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