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방폐장 투표결과 불복은 있을 수 없다

오는 2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개 유치신청 지역에서 동시에 실시될 예정이다. 19년 동안이나 표류(漂流)해 왔던 방폐장 부지선정이란 국책사업에 대해 주민에게 직접 유치의사를 묻는 투표가 처음 실시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1986년부터 시작된 방폐장 부지선정 문제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겪었던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부는 안면도 굴업도 영광 울진 등을 대상으로 9차례나 부지선정 작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위도를 둘러싸고 부안에서 극단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끝내 부지선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우역곡절 끝에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분리,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고히 함으로써 4개 지역이 신청을 했고 그 결과 주민투표가 실시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방폐장 부지 선정은 반드시 결론이 나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방폐장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더해 방폐장 문제 해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葛藤)과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다른 국책사업들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간절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가진 의미가 실로 크다는 얘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차분히 투표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다. 반핵단체들은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자 방폐장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일부 부재자 투표 등을 시비 삼으며 주민투표의 중단을 요구하고 결과에 대한 불인정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는 가당치 않은 주장이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선관위에 고발하거나 그 자체를 따질 일이지 주민투표 전체를 무효화하려는 것은 어떻게든 국책사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저의로밖에 볼 수 없다. 오히려 우리를 걱정케 하는 것은 신청지역 간 경쟁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투표결과 어느 한 곳이 선정되더라도 따지고 보면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4개 지역 모두가 승리자인 셈이다. 정부도 그런 점을 감안해 후유증이 없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