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배럿 인텔회장 방한강연


"컴퓨팅 기술의 획기적 발전 덕분에 개개인의 질병 발생을 예상하고 미리 치료제를 내놓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31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다가올 미래 10년의 모습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기술은 진보한다'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는 정보기술(IT)을 '엔진'으로 바이오 기술(BT)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이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배럿 회장은 "(초당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페타플롭 컴퓨팅이 가능해지면 인간의 단백질을 초고속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암을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단일 분자 탐지기'를 이용하면 암 같은 질병을 아주 초기에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10나노미터의 금 분자를 예로 들었다.
배럿 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꿈에 불과하던 이 같은 일들이 앞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면서 개개인에 대한 질병을 예상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맞춤형 치료'가 머지 않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변화는 유전자 공학보다도 10배 이상 어려운 단백질 공학 연구가 컴퓨팅 능력의 발달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마이크로 프로세스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가 현재 20억개지만 10년 후에는 수백억개가 될 것"이라며 "10년 후에는 독감 인플루엔자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나노미터 프로세서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2015년에는 차세대 소자인 탄소나노튜브,양자 트랜지스터 등이 실용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기존 실리콘 칩을 이용한 기술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칩과 칩 사이나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메디컬 레이저나 고성능 화학분석기 등 새로운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용자의 요구를 인식해 스스로 작동하는 '자율 컴퓨팅'도 미래의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그는 꼽았다.


배럿 회장은 이 같은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세 가지 요건으로 △젊은 인재에 대한 교육 △연구개발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도록 교사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요시카와 히로유키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 소장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를 종합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인력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인력과 전공에 전념하는 인력을 50 대 50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