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300조원 넘었다..이자부담 늘어 소비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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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이 300조원을 돌파했다.
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신탁 대출 제외)은 300조3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277조7050억원)보다 22조6815억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은행들이 그동안 낮은 금리를 내세워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펼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가계 대출의 80%이상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라며 "시장 금리 변화에 따른 위험이 가계 부문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가계 대출 증가는 소비 위축을 불러와 앞으로 경기회복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주택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2억원의 자금을 변동금리로 빌렸을 때 시장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200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가계 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진다면 자칫 카드대란 때와 마찬가지로 이자를 제때 못 내는 가계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작년 말 281조9315억원에서 지난 8월 말에는 290조8073억원으로 8조875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 증가액의 40%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에도 가계대출은 22조7681억원 증가했으나 기업대출은 고작 5조834억원이 늘어났을 뿐이다.
과거 은행 대출을 독식하다시피하던 대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리고 소요자금을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반면 가계는 대출을 꾸준히 늘려 지난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가계대출 잔액(293조원)이 기업대출 잔액(288조원)을 추월했다.
이어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기업대출 잔액을 10조원 정도 웃도는 등 두 부문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