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방폐장이 남긴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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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질질 끌어오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선정 작업이 오늘 주민투표로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된다.
19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우여곡절도 그만큼 많았다.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에 따른 1991년 안면도와 1995년 굴업도에서의 주민 소요 사태,2003년 부안군수 폭행 사건 등으로 부지 선정 작업은 번번이 미수에 그쳐야 했다.
정부는 이번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곳부터가 군산 경주 영덕 포항 등 4곳에 이른다.
비공식 설문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찬성률도 지역별로 55∼68%나 된다.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고 찬성률이 50%를 웃도는 곳 가운데 찬성률이 가장 높은 한 곳을 선정키로 한 만큼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오히려 낮은 상황이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벌써부터 자축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지역간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극심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우선 같은 지역내 주민들 간의 갈등이다.
방폐장 유치 대가로 받게 되는 3000억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방폐장 찬성론자들과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환경ㆍ생태계만 파괴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 간의 반목이 심각하다.
방폐장 유치 희망지역과 인근지역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북 군산 바로 위쪽에 위치한 충남 서천은 연일 군산 방폐장 유치 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다.
영ㆍ호남 간 지역감정은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경북의 세곳과 전북의 한 곳이 다투는 상황이 되다 보니 방폐장 유치경쟁이 지역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탈락지역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주겠다는 선심성 발언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국민세금을 쏟아붓지 않고서도 국책사업을 성사시킬 수 있는 지혜와 원칙은 무엇인지.중저준위 방폐장 선정작업 과정이 정부와 국민에게 남긴 고민거리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