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복지정책의 역설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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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최근에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복지를 늘린다는데 이견이 있다면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반갑지만은 않다.
서민을 위한다는 복지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이러한 역설은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서 일어난다.
첫째,정치가들의 정략적 사고다.
복지정책은 지역개발 공약만큼이나 인기있는 공약이다.
사회적 약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어렵다.
만일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싫어할 유권자는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정치가들이 이 같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악용해서 국민들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경쟁적으로 새로운 복지정책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둘째,이로 인한 재정난이다.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한다면 복지정책의 확대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조세수입이 줄어들어 대규모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국가 채무가 높은 상태일 때는 재정 수요를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을 신설하거나 기존 세금의 세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셋째,글로벌화된 경제구조다. 치열한 국제 경쟁의 시대에 기업체들이나 혼자서 수만명을 먹여살리는 고급 두뇌들에게 애국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율을 높이거나 조세를 신설할 경우 고용 주체인 기업들과 고급 두뇌들은 보다 나은 투자 환경과 삶의 질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된다. 이들이 떠나면 실업난은 더욱 악화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복지정책의 신세를 져야 할 대상이 전보다 크게 늘어난다.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가들의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악순환이 발생한다.
복지정책의 패러독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사회 복지비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사회복지 재정지출 규모는 54조원이고 중장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사회복지비는 급속하게 늘어난다.
정부는 8%선에 머물러 있는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22%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 정당들 사이에 유권자에 대한 인기 경쟁이 가열되면 복지 정책의 규모와 이에 따른 재정 지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재정이 악화되면서 세금 인상 및 신설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세수 부족액은 지난해 4조원에서 올해는 4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가 부채 역시 참여정부 들어 눈덩이처럼 늘었다.
국가부채는 올해 말 250조원에 이르러 GDP 대비 30%선을 넘었다.
이렇게 되자 재정 악화를 우려한 세금인상론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부동산 종합보유 과세와 같은 신설안이 제기되고 있고 소주세와 같은 세율 인상안 역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부가가치세율을 대폭 높이고,건강.연금.고용.산재 보험료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대로라면 복지정책이 투자 환경을 악화시켜 고용 위축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실업난을 가중시켜 새로운 복지 수요를 낳는 악순환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쟁국가들보다 비조세 투자 유인 환경이 뛰어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세율 인상 또는 세제 신설의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서두르는 듯한 정부의 복지 정책 입안은 우려를 자아낸다.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인기를 노리는 정치놀음에 국민 경제가 희생양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최선의 복지는 기업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해서 실업자를 없애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