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성장 모델 한계 왔나?‥ 가격파괴 한계, 주가 최저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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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델이 성장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PC 시장이 축소되고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델의 '가격파괴 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델은 1일 "해외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에서 실적이 나빠지면서 3분기 전체 매출은 139억달러로 당초 전망했던 141억~145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3분기 매출 증가율은 11.2%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2분기에 이어 연속 자체 전망치를 맞추지 못하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델 주가는 전날보다 8.28%나 급락,2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고속 성장 멈추나
지난 84년 창립 이후 델의 '주문제작방식(Build-to-order)'은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주문제작방식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가격의 PC를 주문량만큼 만든다는 개념.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내면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배달하기 때문에 최신 사양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빨리 공급할 수 있다.
델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난 20여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PC와 서버,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에서 경쟁자들을 잇달아 물리쳤다.
전 세계 PC 시장의 20%를 장악했고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34%로 수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델의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쟁업체들이 사업 모델을 모방,델의 매출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되고 마진율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리처드 가드너 애널리스트는 "몇 해 전까지만해도 델 PC는 다른 회사 제품보다 가격이 10∼15%가량 저렴했으나 이제는 그 격차가 5∼10%로 줄었다"며 "특히 최근 고객들은 더 높은 수준의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해 델 PC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전략도 만만치 않다
경영진도 매출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핵심사업인 데스크톱 PC의 수익률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린터와 서버,모바일 분야로 방향을 틀려 하지만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파머 애널리스트는 "델이 고가 가전제품에 에너지를 쏟게 되면 가격파괴를 무기로 덤비는 또 다른 경쟁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 점이 델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델의 케빈 롤린스 최고경영자(CEO)도 "고집스럽게 PC 분야에만 주력하지 않고 TV나 디지털 음악기기 등 새로운 시장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무기였던 저가 전략으로 치고 올라올 경쟁자가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델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대신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점차 매출 비중을 늘려갈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이 광범위해지면서 델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장점인 민첩성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지 미지수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