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내년 경영계획 들여다 보니… 삼성 "금리인상 후폭풍 가장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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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 해의 국내외 경영 여건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무척 조심스럽다.
올해 경영을 옥죄었던 환율과 국제 유가의 불안한 움직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까지 들썩이고 있어서다.
재계는 특히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유가 폭등의 '후폭풍'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금리상승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한 연쇄적 금리 인상이 자칫 세계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와 함께 자산감소 효과에 따른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가,여전히 불안
지난해 말 배럴당 33달러 선에 머물러 있던 국제 유가는 지난 9월 6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51달러 선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내년 사업 계획을 작성하면서 국제 유가(두바이산 기준)를 55달러 선 안팎으로 예측했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유가가 최고 8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며 계열사에 대응 전략 수립을 당부하고 있을 정도다.
재계는 유가의 고공 행진이 거듭될 경우 금리인상 압력이 가중돼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주목하고 있다.
◆기준 환율은 하향 조정
기업들은 또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준 환율을 일제히 낮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달러당 1050원 선을 기준 환율로 정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에 기준선을 각각 980원과 950원으로 낮췄고 LG전자도 970원에서 950원으로 내렸다.
최근 환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국내 외환시장 수급 전망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달러당 1100원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달러당 1000원 선이 바닥이라는 점에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올라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보수경영 기조 확대
삼성전자는 내년도 경영 목표를 '내실경영 정착'으로 정했다.
외형 확대나 매출 신장보다는 수익률을 방어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휴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자산 운용의 효율성도 제고해 현금 흐름을 더욱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 계획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힘을 얻고 있다.
LG전자도 내년도 경상 예산을 올해와 같은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오히려 소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력 시장이 아닌 지역의 마케팅 비용도 부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내년 미국 시장 등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 목표를 수립한 현대차그룹 역시 고유가와 환율 하락,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 절감에 진력키로 했다.
SK㈜는 내년도 기준 환율을 다른 수출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달러당 1035원으로,유가는 훨씬 낮은 배럴당 43.8달러로 책정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이 회사의 경우 수출업체와는 달리 환율과 유가를 반대로 예측하는 게 보수적인 경영의 잣대다.
기준 환율을 1000원,유가를 58달러로 각각 잡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일체의 낙관을 금하도록 계열사에 지시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사업 계획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되 물류 부문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일훈·류시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