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패자부활제 '있으나 마나' .. 시행 5개월 통과자 한명도 없어


벤처패자부활제가 시행 5개월을 넘겼지만 통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최근엔 아예 신청자도 안 나서는 등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원자격을 심사하는 도덕성 및 사업성 평가가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벤처패자부활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특별보증재원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껏 한 명의 통과자도 없어
벤처기업협회가 실패한 벤처기업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평가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16일부터다. 7월 말까지 4명이 신청했지만 이들 모두 도덕성이나 사업성 평가에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탈락했다. 신청자 중 1명은 도덕성에 흠집이 있어 탈락됐고 2명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나머지 1명은 도덕성 평가는 통과했으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사업성 평가에서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다.


벤처기업협회를 찾는 실패한 벤처기업인의 발길도 뚝 끊겼다. 시행 초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상담이 줄을 이었지만 8월 들어 뜸해졌고 9월부터는 상담 및 신청이 전무한 상황.


협회 관계자는 "최근 벤처 1세대의 분식회계로 벤처업계의 도덕성 회복운동을 보는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아 적극적인 홍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청해봐야 탈락 불보듯


"신청조건이 너무 까다롭습니다. 아예 포기하고 다른 방도를 찾아보는 게 낫습니다." (벤처부활제 탈락자) 도덕성 평가 기준에는 업계 평판,기업가 도덕성,회계상의 기업 투명성,법률상의 기업 건전성 등이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조건을 갖춘 실패한 벤처기업인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이 조건에 부합하는 벤처기업인이라면 굳이 정부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또 벤처패자부활 신청을 위해선 부도나기 이전에 발행한 어음·수표를 모두 회수해야 하고 채권자와 채무상환약정(채무액의 2분의 1 이상)도 체결해야 한다. 기술신보 관계자는 "엄격한 도덕성 평가를 통과하더라도 사업성 평가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별보증 등 획기적 지원 필요


벤처기업협회는 벤처패자부활제 활성화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특별보증재원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도덕성 평가를 통과한 벤처기업인이 신용불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보증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의 채무를 변제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은 보증신청을 할 수 없다는 규정도 '1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벤처패자부활제는 상징적 의미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사실 너무 활성화돼도 문제"라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