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마련 비상'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아직은 국지적인 수준이지만 확산될 경우 수천억달러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과 주요 기업들은 AI가 인간 전염병으로 번질 경우에 대비해 해외파견 임직원의 대피책 등 비상 시나리오를 마련 중이다. ◆수위 높아지는 경고 세계은행은 3일 '동아시아 경제 반기 보고서'에서 AI가 지금은 역내 일부 국가에만 타격을 주고 있지만 내년에는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인 격리와 여행제한 조치 등으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경제적 피해는 어림잡아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추정은 더욱 심각하다. ADB는 이날 발표한 AI의 영향을 추정한 보고서에서 "전염병 발발에 따른 심리적 악영향은 1년여간 지속될 수 있다"며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 소비 투자 측면에서 약 2827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업 노동자들의 사망 및 병가로 인한 손실이 142억달러에 달해 총 3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ADB는 이에 따라 "아시아의 성장은 사실상 멈출 것이며 그 경제적 충격으로 세계 경제 또한 후퇴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미국 뉴욕에서 시사주간 '타임'이 주관한 글로벌보건회의에 참석,"AI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비상 걸린 기업들 도이체방크 HSBC UBS 등 다국적 기업들은 AI 발생 국가에 파견된 임직원의 비상이송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또 일부 회사들은 임직원들의 여행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들 기업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여행제한을 결정할지에 대한 규정마련에 착수했다. 홍콩의 인터컨티넨탈호텔 체인은 AI의 인간감염에 대비,안전 공인을 받은 닭만 호텔 내 식당 조리용으로 받고 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AI의 인간감염이 발생할 경우 회사 내 근무자 수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대근무조를 편성하거나 재택근무를 늘리는 비상 대책을 사전에 마련했다가 사태발생시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AI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스위스의 로슈사는 이날 타미플루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 약속했다. 다른 제약회사들이 라이선스 생산방식으로 타미플루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타미플루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핀란드 캐나다 덴마크에 이어 홍콩에서도 소매공급을 중단했다. 각국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AI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71억달러(약 7조1000억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중국도 20억위안(약 2500억원)을 쏟기로 했다.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동남아시아의 AI 퇴치기금으로 1억바트(약 25억원)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AI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22명이며 사망자는 62명으로 집계됐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