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낙엽 지는 가을 … 우울증환자 는다

일조량이 줄고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에는 계절성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난다. 경쟁 스트레스가 날로 가중되면서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사람도 점증하고 있다. 이런 우울증을 의사들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 감소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보고 '해피 드럭'으로 불리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우울증 치료제 시장의 국내 연간 규모는 지난해 약 650억원으로 최근 수년간 20%이상 성장 중이다. 우울증 치료제는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해 우울한 감정을 줄이고 활동성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어떤 것의 활동성을 높이느냐로 구분된다.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는 수용체에서 △세로토닌이 고갈(재흡수)되지 않도록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 SSRI 계열 △세로토닌 및 노르아드레날린의 고갈을 억제하면 SNRI 계열 △노르아드레날린 및 세로토닌 선택적 작용을 도우면 NaSSA 계열로 분류한다. SSRI 계열의 약물은 국내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최다 판매제품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세로자트'(파록세틴)는 세로토닌이 수용체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약으로 우울증 강박장애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등을 해소한다. 이 제품의 서방형(徐放型) 약물인 '팍실'은 장에서만 녹으므로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인 오심 구토 두통 졸림증 등을 줄여준다. 이 계열 약물의 선발주자이자 항우울제의 '대명사'격인 한국릴리의 '푸로작'(플루옥세틴)도 우울증 외에 비만(식욕항진증),월경전증후군에도 처방된다. 최근 1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위클리'제품이 나왔다. 한국화이자의 '졸로푸트'(서트랄린)는 세로자트와 거의 같은 적응증을 갖고 있으며 다른 약물과 상호 작용이 가장 적고 심혈관계에도 부담을 덜 주는 가장 안전한 약이다. 이들 3가지 약은 성교시 성행위 자체에 몰두하게 하고 성기가 느끼는 감각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조루증 치료제로도 활용된다. 환인제약 '씨프람'(시탈로프람)은 최신 SSRI제제로 우울증 외에 공황장애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며 오심 구토 졸림증 불면증 피로 등의 부작용이 적고 오래 써도 약효가 크게 줄지 않아 장기치료에 적합한 제제다. SNRI 계열로는 와이어스의 '이팩사'(벤라팍신)가 대표적인 약이다. 세로토닌과 각성 및 흥분을 유발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이 고갈되지 않도록 유도한다. SSRI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에게 쓸 수 있고 약효가 신속하므로 자살시도자 같은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관절염 신경통 등을 개선하므로 노인환자에게 쓰면 편리한 점이 많다. NaSSA 계열로 한국얀센의 '레메론'(미트라자핀)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 신속하고 강력한 우울증 억제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변비 입마름 졸림 두통 불면 불안 피로감 등을 유발하는 세로토닌 2,3번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부작용이 상당히 줄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웰부트린'(부프로피온)은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활성도를 높인다. SSRI 제제와 동등한 우울증 억제효과를 나타내면서 무기력증 성기능장애 체중증가 위장관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흡연욕구를 줄여주므로 금연치료제로도 활용된다. 우울증 치료제는 정상인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더 우울해지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상당수 약을 자살 유도 및 적개심 증가 위험이 있다고 판정한 상태이므로 전문의의 세심한 관찰 아래 복용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