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큰틀 다시 짠 美日 군사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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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아시아에 군사 자원을 많이 투입할 수 없게 된 게 계기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의 핵,중국과 대만의 대치,중국의 군사력 증대 같은 아시아 현안들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과의 안보 관계를 다지기 위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최근 새로운 미ㆍ일 안보조약을 발표했다.
1990년대 말 약속한대로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중 약 7000명을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병력은 역사적 의미는 크지만 일본 및 동아시아의 방어라는 측면에서는 하는 역할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차피 괌 등 인근 다른 미군 기지로 옮길 예정이었다.
또 중요한 내용은 일본이 미군 핵 전투기가 영해에 주둔하도록 허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구체적인 협상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큰 틀의 변화다.
미군은 오키나와 병력 감축을 통해 이 지역 안보 책임을 앞으로 일본에 나눠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본은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양국군은 합동군사훈련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ㆍ일 군사 협력은 두 나라 정치인들이 동아시아 안보에 대해 더욱 성숙되고 이성적이 됐다는 증거다.
일본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문제뿐 아니라 인근 지역 안보에 대해 개입을 늘려 왔다.
처음에는 미국에서도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시각들이 있었다.
실례로 뉴아메리칸 센추리라는 미국 연구소는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오키나와 미군 감축에 반대했고 일본의 군국주의 재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우려는 비이성적이며,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판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신사 참배나 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2차 대전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중국 한국 대만 같은 2차 대전 피해국에 거액의 원조를 해왔다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례로 일본은 1980∼2003년 공식적인 개발 원조 형식으로 중국에 3조엔을 지원했다.
부시 정부는 일본이 경제력도 갖췄고 이제는 아시아 지역 안보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질 만큼 정치적으로도 성숙했다고 믿는다.
일본이 자신의 안보 문제를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고 미국도 이제는 세계 안보 문제를 혼자 떠맡을 여력이 없다.
다만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우려하는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역할 변화를 주목할 때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duck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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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 케이토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프레블 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미국과 일본의 새로운 전략적 관계(America's New Strategic Relationship With Japan)'를 정리한 것입니다.